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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는 다른 '첫 독립'…준비 없이 세상 혼자 나와 무섭다"

머니투데이
  • 김지현 기자
  •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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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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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각지대 놓인 자립준비청년의 홀로서기①

[편집자주] 최근 보육원과 같은 복지시설 보호가 끝난 '자립준비청년'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사회적 지원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 1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정책을 내놨지만, 현장에선 어린 수요자들과 제대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대로 효과가 나오지 않고 있단 지적이다. '자립준비청년'들의 안정적인 홀로서기를 위해 필요한게 무엇인지 꼼꼼하게 들여다봤다.

/삽화=게티이미지뱅크
/삽화=게티이미지뱅크
"구체적인 준비 없이 혼자 지내야 한다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한 아동양육시설에서 지내다 올해 처음 독립하게 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최수지씨(20·가명)는 이렇게 털어놨다. 영아 시절(16개월)부터 시설 이모님과 언니·오빠, 친구들과 지낸 그에게 인생의 '첫 독립'은 다른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설렘보다는 두려움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혼자 지낸다는 것'"이라며 "잔디밭에서 공차기도 하고 이모가 해주시는 밥을 먹었는데, 정말 외롭고 무서웠다"고 말했다.

최씨가 시설에 처음 맡겨지게 된 건 부모님 모두 아이를 키울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였다. 그는 "워낙 어릴 때라 정확한 부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시설 이모님께 전해 듣기로는 엄마, 아빠 두 분 다 알코올 중독이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설에 입소한 뒤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은 가능했지만, 학교의 다른 친구들처럼 지내는 건 어려웠다.

최씨는 "학원을 다니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갔고, 학교가 끝난 뒤 집에 돌아와 밥을 먹고 바깥에서 놀다가 잠드는 게 일상이었다"며 "시설이 깊은 산 속에 있는 탓에 통학버스가 아니면 외부로 나가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내에서 놀기도 어려워 시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고도 했다.

최씨처럼 매년 아동양육시설과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에서 생활하다 보호가 종료된 '자립준비청년' 2000여명이 사회로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여름 자립준비청년 두 명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자 정부는 관련 정책 등을 통해 보완에 나섰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준비 부족 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씨 역시 보호시설에서 나오기 전 독립에 대한 준비가 별도로 이뤄지진 않았다고 했다. 그는 "경제와 약물오남용 교육 등은 들었지만, 다른 준비는 없었다"며 "자립할 때 필요한 가전제품 등을 시설 옆에 있는 절에서 후원받은 정도"라고 말했다. 집은 자립준비청년에게 지원되는 정착금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연계된 LH전세임대보증금을 지원받아 마련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꿈장학생에 선정된 후 미용학원에 다니며 자격증을 따고, 경험을 살려 관련 학과에도 진학했지만, 경제적 독립에 대한 걱정은 지속됐다. 최씨가 만24세까지 가능한 보호연장을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필요한 지원을 추가로 받고, 자립을 더 잘 준비하기 위해 신청했다"고 말했다.

퇴소하긴 했지만, 요즘도 외로움을 느낄 때면 최씨는 이전까지 머물렀던 시설을 찾고 있다. 그는 "현재 자립활동가모임에 참여하며 여러가지 정보도 얻고 교육을 듣고 있는데,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자립준비청년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나 지원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 원장은 "현재 가정 혹은 시설에서 보호되고 있는 예비 자립준비청년도 2만명 가까이 된다"며 "이들을 보호하는 동안 사전에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자립준비청년들에게 필요했던 것이 뭐였는지 묻고, 전 단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체계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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