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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과일 좀 내오렴"…'노동지옥' 며느리, 화병 없는 명절 보내려면

머니투데이
  • 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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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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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명절에 시댁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홀로 부엌에서 요리하는 82년생 김지영. 앞치마를 푸르고 쉬려던 차에 시누이 가족이 도착하면서 시어머니는 며느리 김지영에게 과일 좀 내오라고 시킨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이지만, 아직 이런 고부갈등에 시달리는 '김지영'이 우리 사회에 꽤 많다.

1980년 이후 출생해 비교적 자유롭게 자라온 MZ세대는 여성, 특히 며느리에게만 강요되는 가사노동을 명절 때 마주하며 당황해하고, 그 이전 세대보다 이런 풍습을 수긍하기 어려워한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서은 교수는 "실제로 배우자 부모와의 갈등으로 인한 감정을 잘 다스리지 못해 발생하는 화병이 명절 직전부터 MZ세대에게서 급증한다"며 "실제로 진료실에서 기존 정신질환으로 치료받고 호전됐다가 명절을 앞두고 병세가 악화하는 사례를 많이 마주한다"고 말했다.

명절 갈등을 피하는 전제 조건은 누구에게나 맡겨진 '당연한 일'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연휴는 6일간으로 길어, 누군가에게만 '휴식 천국'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노동 지옥'이 되는 굴레가 두려운 사람이 많다. 추석 연휴를 맞아 조서은 교수의 도움말로, 화병 없이 명절 보내는 법을 찾아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극중 주인공 김지영(정유미 분)이 명절 시댁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홀로 요리하다가 거실에서 수다를 떠는 시댁 식구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사진=해당 영화 속 화면 캡처.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극중 주인공 김지영(정유미 분)이 명절 시댁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홀로 요리하다가 거실에서 수다를 떠는 시댁 식구들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다. /사진=해당 영화 속 화면 캡처.


명절 전… 부부간 '0'에서 대화해 합의점 찾기


가장 좋은 건 명절이 다가오기 전, 부부끼리 충분히 대화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없애고 제로(0) 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대화의 출발선이 '0점'으로 맞춰야 한다. 예컨대 '추석 때 시댁에 가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꼭 양가에 가야 하는 것도, 꼭 시댁에 먼저 가야 하는 법도, 꼭 부부가 함께 가야 하는 법도 없다. 부부간 충분히 대화해서 양가 방문 순서, 양가에 드릴 선물, 양가에서 머물 기간 등을 정해보자.

이런 민감한 대화가 처음이라면 대화하기 전, 너무 앞서서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남편이, 또는 아내가 소리 지르고 화낼까 봐', '말해봤자 안 통한다' 이야기를 아예 꺼내려조차 하지 않는 식은 피해야 한다. 조서은 교수는 "화를 꾹 참으면 다른 일에서 분풀이할 수 있고, 다른 일로 감정만 쌓일 수 있다"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배우자가 진정성 있게 마음을 툭 터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가, 과일 좀 내오렴"…'노동지옥' 며느리, 화병 없는 명절 보내려면
부부간 껄끄러운 내용으로 대화할 땐 특히 예의를 갖춰야 한다. 싸울 때 존댓말을 쓰기로 한 부부만의 원칙을 세운 가정이라면 이런 민감한 대화를 나눌 때도 존댓말로 하는 게 이해와 설득에 유리하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내가 심했네', '당신 말이 맞네'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

기존 명절 때 배우자가 자신의 본가에 더 많이 머물렀다면 "고마웠다"고 인정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상대방이 양보한 게 있다면 내가 보상해주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컨대 지난 설 때 남편의 본가를 먼저 갔다면 이번 추석엔 아내의 본가를 먼저 들르는 식이다. 당연한 건 없기 때문이다.

그간의 명절 전례에 따라 아내가 명절 전부터 시댁을 불편해하거나, 남편이 처가를 불편해할 수 있다. 그런 경우 불만이 있는 배우자의 입장을 '원인 제공' 부모에게 명절 당일보다 전에 전달하는 게 좋다. 혈육이 아닌 며느리·사위가 자기 입장을 시댁 또는 장인·장모에게 직접 어필하는 건 오해를 살 확률을 높여서다. 아내의 입장은 남편이 시부모에게, 남편의 입장은 아내가 친정 부모에게 직접 전하는 식이 권장된다.

대화할 땐 상대방이 이해해주고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 게 대화를 잘 풀어나가는 방법이다. 기대감 없이 대화를 시작하면 말에 날이 서고 싸움의 악순환이 되기 쉬워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일단 먼저 들어주는 자세도 중요하다. 자기 말만 늘어놓거나 강요하는 것도 안 된다. 부부 합의 없이 "이번 연휴에 난 여행 갈 거야"라고 하거나 "추석에 여행가는 게 말이 되냐?"는 대화는 모두 출발선이 '0'이 아니다.


명절 당일… 본가 아들·딸이 적극적으로 중재하기


명절 당일 배우자의 본가에서 시부모와 며느리 간, 장인·장모와 사위 간 비난·질책의 언행이 이미 발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서은 교수는 "가장 좋은 건 해당 부모의 자식이 직접, 적극적으로 중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시어머니가 아들에게 "남자는 부엌에 들어오는 게 아니다"라며 아들이 일을 거들지 못하게 하고, 며느리에겐 일 폭탄을 떠안긴 상황이라면 아들(남편)이 나서야 한다. "아니에요. 어머니, 저도 부엌에서 같이 일하겠습니다. 함께 나눠야죠"라는 식으로 아들이 정중하게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조 교수는 "명절은 가족 구성원 누구나 즐겁고 화목하게 보내야 한다"며 "온 가족 구성원이 일을 함께 나누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 없이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럴 때 남편이 '어머니 말을 그대로 듣지 않고 부엌에 들어가면 왠지 불효를 저지르는 것 같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조 교수는 "그럴 때 진짜로 부엌에 들어가지 않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아내는 시댁을 점점 더 가기 싫게 될 것이고, 장기적으로 가정불화를 야기해 결과적으로 불효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편의 본가에선 아내가, 아내의 본가에선 남편이 불편해하지 않으면서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편(남편 본가에서)과 아내(아내 본가에서)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에게 든든한 방어막이 돼주면 서로의 본가를 방문할 때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아가, 과일 좀 내오렴"…'노동지옥' 며느리, 화병 없는 명절 보내려면
만약 배우자가 갈등 상황을 눈감거나, 배우자가 없는 곳에서 배우자 부모와의 갈등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 교수는 "배우자의 입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절하면서도 정중하게 '거절'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

시댁에서 며느리가 일을 도맡는 것, 반대로 처가에서 사위가 일하지 않는 것 모두 여성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한다. 특히 명절 때처럼 친척까지 대규모 인원이 모일 땐 일을 합리적으로 배분해야 누구에게나 즐거울 수 있다. 성인들은 요리팀과 설거지팀으로 나누고 아이들에게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맡기는 식이 그 예다. 조 교수는 "마치 대학 MT에서 성별 가리지 않고 일을 나누는 게 자연스럽듯 누군가만 일을 더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적절하게 일을 분배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상대적 박탈감에서 비롯된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속으로만 '끙끙' 앓으면 화병이 생길 수 있다. 화병은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 관련 증후군이다. 화병 때문에 계속 분노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를 흥분시키며, 카테콜라민 분비를 늘려 심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조 교수는 "배우자 본가에 가면 화병을 얻어올 정도이거나 일상생활에 영향 미칠 정도라면 명절에 가지 않는 게 정신건강의학적으로는 낫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정신 병력으로 내원하는 환자 가운데 명절 전부터 기존 병력이 화병 때문에 심해지고 가슴이 답답하다는 사례가 는다고 한다.

'도와준다'는 생각도 지우자. 명절 일을 전담해야 하는 구성원은 없다. 도와주는 게 아닌, 같이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할 때 일을 분담하는 데 있어 갈등이 생기지 않는다. 인원에 비해서 해야 할 요리량이 많아 부담스럽다면 '포틀럭 파티'(참석자들이 자기 취향에 맞는 요리·와인 등을 갖고 오는 미국·캐나다식 파티 문화)처럼 각자 겹치지 않게 집에서 메뉴를 미리 만들어오는 것도 현명할 수 있다. '사다리 타기' 게임으로 메뉴를 분배하면 갈등 없이 유쾌하게 명절 음식을 준비할 수 있다. 명절 음식을 꼭 만들어 먹어야 하는 법도 없다. 요리가 부담스럽다면 외식이나 배달메뉴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Tip. 화병의 주요 증상
① 우울
② 불안
③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거나, 응어리짐
④ 가슴 답답
⑤ 목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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