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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없는 산에 멧돼지가 왕?…야생동물 판치는 中, 총기규제 고민

머니투데이
  •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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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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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포식자 사라진 中에 멧돼지 급증, 총기사용 규제 완화될까 관심

중국 현지 언론에 포착된 멧돼지.
중국 현지 언론에 포착된 멧돼지.
호랑이와 표범 등 최상위 포식자들이 사라진 중국대륙을 멧돼지 떼가 점령했다. 농작물 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발생하면서 중국 각 지방행정부들이 포획에 나서고 있지만 총기 소지가 엄격하게 금지된 중국인지라 성과는 신통치 않다. 호랑이 없는 중국 산골에 여우도 아닌 멧돼지가 왕인 격이다.

간쑤성 룽난시가 최근 발표한 자료는 중국 대륙을 놀라게 했다. 지난 6년간 룽난시에서 멧돼지의 공격으로 사망자 12명을 포함해 총 22명이 죽거나 다쳤다.

룽난뿐이 아니었다. 룽난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 각지에서 멧돼지 관련 사상 소식이 뒤늦게 화제가 됐다. 2021년엔 쓰촨성 리탕마을에서 당서기가 산악순찰 중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죽었고, 2018년에는 산시성 쯔양현의 농민 남성이, 2016년엔 쓰촨성 이빈에서 일하던 농민 여성이 멧돼지의 공격을 받아 죽었다.

국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중국에선 어지간한 사건사고는 이슈가 되지도 못한다. 그러나 멧돼지의 공격으로 연이어 인명이 상하면서 멧돼지는 농촌을 중심으로 심각한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중국 산림초원국은 최근 지난 2021년 기준 야생동물 중 멧돼지가 가장 광범위한 인명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멧돼지는 중국 동북부부터 서부 티벳까지 중국 내 28개 성에 모두 서식하고 있다. 쓰촨성과 푸젠성, 장시 등 지역에서도 룽난과 비슷한 사건사고가 접수되고 있다. 쓰촨성에서는 183개 현 중 103개 현에서 멧돼지 피해가 접수됐고, 푸젠성에선 85개 현 중 35개 현에서 멧돼지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

멧돼지가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천적이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이다. 호랑이나 표범은 물론 자칼 등 최상위 포식자가 사라졌다. 또 한 번에 7마리의 새끼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좋고 식성이 까다롭지 않은 멧돼지는 급격하게 공업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숲에서도 쉽게 서식한다. 다른 동물들이 파괴되는 자연을 떠나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멧돼지들은 외려 쓰레기더미에서 식량을 찾아낸다.

중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2021년부터 14개 성에서 멧돼지 소탕에 들어갔다. 2023년 6월 30일엔 신청승인 없이 멧돼지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상시 사냥을 허가한 건데 그래도 만만찮다. 총기 사용 허가가 한국보다 엄격한 중국인 만큼 멧돼지 소탕작전에 창이나 마테체(정글도) 정도가 동원되기 때문이다.

2021년 룽난에서 있었던 일은 중국의 고민을 잘 보여준다. 장홍 부시장을 필두로 멧돼지 개체수 조정팀을 만들었고 총기로 수렵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멧돼지 200마리를 잡기로 하고 한 마리당 1000위안(약 18만원)의 보너스를 줄 예산도 마련했는데, 떠들썩한 출범식을 마치자마자 팀 운영이 중단됐다. 총이 문제였다.

멧돼지 소탕에 나선 중국 주민들. 그러나 현실적 한계로 동원할 수 있는 사냥도구가 제한적이어서 사냥개들만 다치고 말았다고 차이신은 보도했다./사진=차이신
멧돼지 소탕에 나선 중국 주민들. 그러나 현실적 한계로 동원할 수 있는 사냥도구가 제한적이어서 사냥개들만 다치고 말았다고 차이신은 보도했다./사진=차이신
산림초원국은 당시 산탄총 4정을 신청했는데, 성 공안부가 제동을 걸었다. 산탄총을 신청하려면 전용 창고를 짓고 총과 탄환을 별도 보관하고, 이를 관리할 전담인력을 확보하라는 거였다. 공안은 또 사람이 맞았거나 다른 멸종위기종이 총에 맞았을때 책임질 사람도 정하라고 했다. 룽난시는 결국 방향을 바꿔 함정을 파고 덫을 놨는데, 함정에 빠지거나 덫에 걸린 멧돼지는 한 마리도 없었다.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최근에도 계속된다. 중국매체 차이신은 최근 지난 8월 13일 3대의 차량과 핏불 등 12마리 이상의 사냥개를 동반하고 멧돼지 사냥에 나선 10여명의 농민들의 사례를 상세하게 보도했다. 이들은 창칼을 들고 나흘간 사냥했는데 여러마리의 사낭개가 부상을 입는 동안 한 마리의 멧돼지도 잡지 못했다. 산탄총 몇 자루만 있었어도 결과는 달랐을 터다.

반면 2021년에 헤이룽장성 헤이허시에서는 도심에서 발견된 멧돼지를 공안이 총기로 간단히 사살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뜻밖에 멧돼지가 중국의 총기사용 규제 완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멧돼지 마리당 보상금을 확대하고 멧돼지 수렵에 총기허용을 확대하지 않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거다. 특히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는 농민들은 올무나 덫, 전기충격 등 다른 동물에도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효율적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멧돼지뿐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에 대한 대책도 고도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광둥성에선 최근 비단뱀이 닭이나 오리, 아기 양을 공격한 사례가 접수됐다. 구이저우와 쓰촨에서는 원숭이떼가 사람들을 공격했고 상하이에서는 늘어나는 너구리 개체수가 문제가 됐었다.

광둥과학원 동물학연구소장 후후이젠(Hu Huijian)은 "멧돼지로 인한 피해는 더욱 악화될 것이며 인간에게 해를 끼칠 야생동물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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