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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정수정의 매력의 덫에 걸릴 준비됐나요?[인터뷰]

머니투데이
  • 최재욱 기자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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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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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톱스타 한유림 역할 맡아 '인생작' 만들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이제까지 과소평가된 배우라 말해도 무리가 없다. 지난 27일 개봉된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제작 루이스픽쳐스)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정수정(에프엑스 크리스탈)은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편견에 가려졌던 배우로서의 포텐셜을 확실히 터뜨리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영화 개봉 직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수정은 끊임없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처음엔 얼음장 같은 차가운 인상에 거리감을 느꼈다가도 말 몇 마디만 나눠보면 예상치 못한 러블리함으로 무장 해제시키는 반전매력을 갖고 있었다. 도도한 매력을 뿜어내다가도 밝고 사랑스러운 에너지가 넘쳐나고 진지했다가도 일순간 깨발랄해지는. 한 가지 색깔로 설명이 불가능한 ‘천생배우’였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자극하며 앞으로의 발걸음이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그룹 에프엑스에서 비주얼 센터 크리스탈로 퍼포먼스를 펼칠 때도 아이돌 가수를 연기하는 연기자 같았다.


영화 ‘거미집’은 군부독재 시대였던 1970년대 몇 장면만 다시 찍으면 걸작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김열 감독(송강호)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촬영을 밀어붙이면서 벌이지는 해프닝을 담은 코믹 소동극. 정수정은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라이징 스타’ 한유림 역을 맡아 화수분 같은 매력을 뿜어낸다. 베테랑 선배들과 펼치는 앙상블 속에서 절대 밀리지 않고 반짝반짝 빛난다. ‘거미집’이 초청받은 지난 5월 열린 칸국제영화제 상영 후 기자회견에서 정수정이 밝힌 “내 배우 커리어에 새로운 장이 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는 예상이 딱 들어맞았다. 도도하면서 사랑스러운 매력을 지닌 한유림을 형상화해내는 정수정의 연기는 맞춤옷을 입은 듯 살아 숨 쉰다. 맞춤배역과 같았던 ‘한유림과의 싱크로율’을 묻는 질문을 건네자 정수정은 어느 정도 닮은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니 어느 정도 제가 나올 수밖에 없죠. 유림은 외모적으로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지만 사실 철이 없고 어린애 같은 부분이 있죠. 그러면서도 일에 대한 욕심은 강하고 자기 할 일은 다하는 타입이에요. 그런 게 저와 어느 정도 닮았다고 봐요. 또한 드라마와 영화를 동시에 찍느라 정신없는 모습도 촬영 당시 제 상황과 똑같아서 몰입하기가 더욱 수월했어요.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유림이에게 더욱 몰입할 수 있었어요. 캐스팅 당시 첫 미팅 때 감독님과 영화 이야기는 정말 1도 안하고 수다만 떨고 헤어졌어요. 맛있는 음식, 여행 이야기들만 잔뜩 하고 헤어졌어요. 그리고 한 번 더 만나고 출연이 결정됐어요. 그 과정을 통해 저란 사람을 파악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싱크로율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아요.”


사진=바른손이엔에이
사진=바른손이엔에이


‘거미집’에서 70년대식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에 그 당시 억양을 찰떡같아 소화해내는 정수정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는 칙칙해 보일 수 있는 70년대라는 배경을 환하게 밝히는 조명등 역할을 톡톡히 한다. 과거보다 미래가 어울릴 것만 같은 트렌디한 외모 때문에 시대극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편견을 깨부순다. 이런 면에서 ‘거미집’은 정수정에게 배우로서 큰 도전이었을 듯하다. 대역배우가 연기한 극중 베드신보다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자신 앞에 그어진 한계선을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이었다.


“제가 살아본 시대가 아니다보니 70년대라는 배경이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그 당시 메이크업과 의상을 정말 해보고 싶었고요. 근데 70년대식 연기 스타일은 고민이 됐어요. 자료도 찾아보고 선생님에게 배워보기도 했는데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걱정이 많이 됐어요. 그러나 70년대식 의상을 입고 메이크업을 하니 저도 모르게 70년대 억양이 나오더라고요. 전 막상 닥치면 저절로 되는 것 같아요. 촬영할 때 많이 떨리지 않느냐 물으시는데 전 카메리가 돌아가면 긴장이 전혀 안돼요. 아이돌 가수 할 때도 무대에선 전혀 안 떨렸는데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심장소리가 느껴질 정도로 많이 떨곤 했죠. 그럴 때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했어요. 그냥 일상적인 심장박동일 뿐이라고. 에라 모르겠다 마음으로 뛰어들면 긴장이 저절로 사라졌어요.(웃음)"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장영남 전여빈 내로라하는 대선배들과 호흡을 맞추는 ‘거미집’ 촬영장은 정수정에게 연기학교와도 같았다. 대선배들이 펼치는 연기를 직접 눈으로 보며 그 뜨거운 에너지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지 않기 때문. 정수정은 선배들에 대한 강렬한 존경심을 들뜬 목소리로 피력했다. 상기된 얼굴과 빛나는 눈빛에서 그 당시 촬영장 온도가 느껴지는 듯했다.


“현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극장에서 영화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송강호 선배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촬영 중 애드리브 칠 때 어떻게 저런 아이디어가 나올까 계속 감탄하게 돼요. 오정세 오빠는 정말 사랑스러워요. 정말 많은 걸 준비해오고 배려를 해주세요. 장영남 선배님도 홀로 이끄는 후반부 장면 촬영 때 그 현장 장악력에 놀랐어요. 에너지가 정말 강렬해서 컷 사인 나오고 나서 모든 스태프들이 박수를 쳤어요 수정언니는 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주셨어요. 여빈 언니는 처음 만날 때부터 잘 맞았어요. 몸싸움장면에서도 절 많이 배려해주고 아껴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선배님들과 함께 칸국제영화제에 갔을 때 정말 행복했어요. 영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느낌이 들었죠”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정수정에게 ‘거미집’은 연기자로서 터닝포인트와 같은 작품이다. ‘거미집’ 촬영 후 긴 휴식기를 갖고 있다. 한창 주가를 올리는 청춘스타인 만큼 차기작을 결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작가주의 감독과의 작업 이후 작품 선별 기준이 바뀐 것일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도 궁금해졌다. 정수정은 “눈이 넘 높아진 거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자 손사래를 쳤다.


“의도된 게 아니에요. 하기로 했던 작품이 엎어지고 뭔가 틀어져서 의도치 않게 오래 쉬고 있네요. 전 작품에 들어갈 때 늘 똑같은 마음으로 임해요. 청춘물이든 ‘애비규환’ 같은 독립영화든 ‘거미집’ 같은 예술 영화든 다른 게 없어요. 제가 소화해낼 수 있고 잘해낼 수 있는 것, 캐릭터가 매력이 있고 비중이 작더라도 임팩트 있는 걸 찾는데 쉽지 않네요. 올해도 벌써 세 달밖에 안 남았는데 아쉬워요. 소속사에서는 ‘거미집’ 개봉 이후 찾아보자고 하세요. 전 장르나 역할 따지지 않아요. 파격적인 도전도 피하지는 않고요. ‘애비규환’에서 임신부도 연기했는 걸요. 멜로나 로맨틱코미디도 매력적이지만 휴먼 드라마를 해보고 싶네요. 진짜 우리 시대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연기하고 싶어요”


달변은 아니지만 조곤조곤 영화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털어놓는 정수정. 이야기를 나눌수록 ‘인간 정수정’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촬영장 밖 집에선 어떤 모습일까? 취미는 과연 뭐고 친언니 제시카와의 사이는 어떨까?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열정적이지만 본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향적인 성격답게 수줍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언니와는 정말 현실 자매죠. 집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서로 별로 관심이 많지 않아요. ‘거미집’ VIP 시사 때 와줬는데 ‘수고했다’ 한마디 정도 해줬어요.(웃음) 취미는 사실 별 게 없어요.(한참 고민하다) 여행을 좋아해요.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여행 계획을 짜곤 해요. 요리요? 그건 좀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 샌드위치를 잘 만든다고 해두죠.(웃음) 요즘은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중학교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금방 피곤해져요. 그래서 비타민과 건강식품을 잘 챙겨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바른손이엔에이
사진=바른손이엔에이


정수정의 많은 팬들은 무대위 ‘크리스탈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무대위에서 도도하면서도 세련된 크리스탈의 아우라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는 것. 연기에 전념하느라 이제 가수 크리스탈을 볼 순 없는 것일까? 또 요즘 흩어졌던 1, 2세대 아이돌그룹들의 재결합이 줄을 잇는데 에프엑스는 아무런 계획이 없는 것일까?


“멤버들과는 단톡방이 있어 서로 근황톡을 나누곤 해요. 다들 바쁘게 살고 있어요. 다른 팀들이 재결합하는 걸 보면 뭉클한 감정이 들곤 해요. 사실 우린 마지막에 낸 앨범이 마지막이 될 거라곤 예상치 못했어요. 다시 모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솔로 가수 데뷔도 생각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러나 마땅한 곡이 없거나 일정이 안 맞거나 뭔가 상황이 안 되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무대에 다시 서보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관객과 호흡을 맞출 때 그 떨림, 설렘은 결코 잊히지 않아요. 다시 경험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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