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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한 구원이 극한으로 이끈 지옥도, 송중기의 ‘화란’

머니투데이
  •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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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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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변신-홍사빈의 발견, 관객반응은 '성공적'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이 있다. 마찬가지로 지옥 같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은 어른이 있다. 지옥을 사는 어른은 소년을 도와주고자 하지만 그의 도움은 어쩐 일인지 소년을 더 극한의 지옥으로 끌어당기는 형국이다. 내용이 이런 만큼 영화 속 누구도 웃을 수 없고, 이를 보는 관객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공감. 영화 ‘화란’ 속 소년과 어른을 둘러싼 지옥 같은 이야기는 몰입감은 강하지만 관객과의 공감대 형성에는 의문점을 남긴다.


영화는 시작부터 음울하다. 고등학생 연규(홍사빈)는 같은 학교 동급생의 머리를 돌로 내리치는 사고를 친다. 곧이어 불려온 연규의 엄마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학부모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어딘지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인다. 연규는 집에서 알코올중독자 의붓아버지의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린다. 엄마는 속수무책, 때때로나마 그를 위해 나서는 건 연규가 동급생의 머리를 돌로 내리쳐서 돕고자 했던 의붓여동생 하얀(김형서)뿐이다. 사회 복지가 좋아 다들 비슷비슷하게 산다는 네덜란드(한자어로 화란和蘭)로 엄마로 함께 떠나 살고 싶다는 연규의 꿈은 현실에서 요원해 보인다. 이민은커녕 당장 폭행사건 합의금 300만원을 구하는 것도 힘들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연규의 절실함을 목격한 치건(송중기)이 조건없이 연규에게 300만원을 건넨다. 연규와 마찬가지로 명안시에서 나고 자란 치건은 온갖 불법을 저지르는 조직의 중간 보스. 정치권과도 결탁해 도시(명안시)를 휘어잡는 조직이지만, 치건은 자신이 조직의 큰 형님(김종수)의 부속품 같은 존재임을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로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죽어 있는’ 인물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연규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치건이 건넨 도움은, 연규가 치건에게 다가가 조직에 속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소년 연규와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이미 어릴 때 죽어 있는 채로 살아가고 있는 치건의 관계는, 안타깝게도 가까워질수록 재앙과 난리를 뜻하는 화란(禍亂)이 되어간다. 문제는 그 과정이 지나치게 폭력적이라는 점. 누구에게도 기댈 데 없던 연규와 치건이 서로에게 감응하는 것까진 이해가 되지만, 그들의 상황을 파고드는 폭력은 의미없이 잔인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10대 청소년이 주인공이란 점에서 그를 둘러싼 폭력들은 순간순간 눈을 질끈 감고 싶게 할 만큼 집요하고 잔인무도하다. 캐릭터와 상황에 충분히 공감대가 쌓였어도 폭력의 묘사는 섬세해야 할진대, ‘화란’의 폭력들은 ‘15세 이상 관람가’가 어떻게 가능했나 싶은 의문이 들 정도. 여기에 출구라곤 보이지 않는 지옥 일변도의 상황과 전개에 관객들의 숨이 턱턱 막힌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배우들의 연기는 눈여겨볼 만하다. 연규를 연기한 홍사빈은 신선한 마스크와 연기로 눈도장을 찍는다. 현실에서 진짜로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의 얼굴을 이질감없이 표현한다. 두 번째 롤도 마다 않고 ‘노 개런티’ 출연을 감행한 송중기는 아마도 대중이 이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름일 것이다. 어둡고 스산한 정서의 장르를 하고 싶었다는 송중기의 바람대로, 서늘하고도 공허한 눈빛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치건을 보며 누구도 더 이상 송중기를 ‘꽃미남’의 테두리 안에서 생각하지 않을 테다. 언뜻언뜻 변신에 대한 이글거리는 욕망이 비집고 나오는 듯한 느낌도 받지만, 대체적으로 성공적인 변신이다. 의외의 발견은 하얀 역의 김형서. 가수 비비로 익숙한 김형서는 팔딱팔딱 생동감 넘치는 본능적인 연기로 시선을 붙든다. 영화계 대세 배우로 떠오른 김종수의 조직 보스 연기도 인상적.


다만 뚝뚝 끊기는 듯한 장면 전환이 튄다. 의도한 바가 있겠지만 일정부분 편집이 매끈하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누아르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엿보이고 이를 충실히 실행해 나가지만, 치건과 연규의 관계가 파국을 맞는 장면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창훈 감독의 데뷔작인 ‘화란’은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주목을 받았다. 얼마 전까지 박스오피스 1위였던 영화 ‘잠’도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으로 칸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주목을 받았기에, 비슷한 시기 선보이는 신인 감독의 데뷔작 ‘화란’의 흥행과 평가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더불어 배우 송중기의 욕망이 얼마나 관객에게 통할지도. 러닝타임 124분, 10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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