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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회식' 사라지자…"부장님, 끝나고 한잔?" MZ가 바뀐다

머니투데이
  • 양윤우 기자
  • 김지은 기자
  •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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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0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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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진화하는 회식(종합)

[편집자주] 코로나19 이후 개인주의 추세가 확산하면서 회식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 과거의 회식을 그리워 하는 사람도, 최근의 회식을 반기는 사람들도 있다. 진화하는 회식에 대한 다양한 세대의 의견을 들어봤다.



"한잔해" 술 권하다 '빨간 팔찌'에 멈칫…코로나 뒤 바뀐 회식 문화


① "강압적 회식 줄어들고 친한 사람 삼삼오오 모여…이 방식이 서로에게 더 좋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여의도의 한 대기업으로 출근하는 3년 차 직장인 A씨(20대·남)는 최근 여자친구가 생겼다. 회식 횟수가 줄어 개인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A씨의 회사는 코로나19 기간 회식을 최소 매주 1회씩 했지만 올해부터 월 2회로 줄었다.

A씨는 "팬데믹이 종료되니 부서원들의 해외 출장이 늘어나서 일정을 조율하기 어려워졌고 재택근무 제도가 없어져서 부서원들을 사무실에서 매일 보게 되니 오히려 회식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회식을 자주 하면 팀장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나와서 오히려 팀장들이 회식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A씨는 또 "단합과 소통을 위해 회식은 필요하지만 너무 잦은 회식은 오히려 팀원들에게 부담이고 지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어 "거의 매일 밤 9시 넘어서까지 일하는데 끝나고 회식까지 하면 죽을 맛"이라고 덧붙였다.

COVID-19(코로나19)를 전후로 회식 횟수가 줄어들고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사라지는 추세다. 서울시가 전문 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 6∼10일 서울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이전 야간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회식이 '감소했다'는 답변이 64.4%를 기록했다.

실제 회식의 필수 코스로 꼽히던 노래방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창업이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22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061개이던 노래방 신규 창업(인허가 기준) 수는 6년 만인 지난해 442개로 42% 감소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1019개 △2018년 639개 △2019년 673개 △2020년 358개 △2021년 240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같은 회식 문화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2030 젊은 세대가 많다. 4년차 직장인 B씨는 "코로나19 이후 전체가 다 모여서 강압적으로 진행되는 회식이 많이 줄어들고 친한 사람들끼리 따로 소규모 회식을 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이 방식이 이전보다 서로에게 더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기업에서는 회식 갈등을 의식해 '술 팔찌'를 도입했다. 음주 의사를 3단계로 나눠 술을 못 마시거나 마시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전 오늘 안 마실래요' 문구가 적힌 빨간색 팔찌를 찬다. 적당히 취기가 올 때까지만 마시겠다면 '전 보통이요' 주황색 팔찌를, 끝까지 마실 수 있다면 '오늘 달리고 싶어요' 파란색 팔찌를 차면 된다.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낯선 자리여서 대놓고 거부 의사를 밝히기 곤란할 때 '술 팔찌'가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고 했다.

주류업계도 변화하는 분위기에 발맞추고 있다. 오비맥주의 한맥은 지난해 10월 강압적인 회식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캠페인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 영상은 도심 속 바쁜 직장인들 사이로 '한맥은 회식을 반대합니다'라는 대형 옥외광고가 걸리면서 시작된다. 이어 "우리의 저녁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시간이어야 하니까"라는 배우 이병헌의 내레이션과 함께 모두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오비맥주의 라거 맥주 브랜드 한맥이 지난해 10월17일 공개한 캠페인 광고 갈무리. 강압적인 회식 대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회식 문화를 전파하고,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가 한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제공 = 오비맥주
오비맥주의 라거 맥주 브랜드 한맥이 지난해 10월17일 공개한 캠페인 광고 갈무리. 강압적인 회식 대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부드러운 회식 문화를 전파하고,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맥주가 한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진제공 = 오비맥주



"신입이 건배사 해봐" 이것만 없으면…MZ세대도 "회식 좋아요"


② 2030세대 "회식 필요성 인정, 다른 팀원들과 친해질 기회…술 강권 안해 좋다"

제약 회사에 종사하는 직장인 박모씨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린 팀회식 영상/ 사진=독자제공
제약 회사에 종사하는 직장인 박모씨가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린 팀회식 영상/ 사진=독자제공
#. "오랜만에 부서 회식. 우리팀 댈님들 너무 웃김. 3번 만에 영상 찍기 성공."

제약회사에 다니는 3년차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영상 하나를 올렸다. 부장, 차장을 포함한 팀원들과 함께 회식하는 모습이었다. 평소 그는 공식 팀 회식이 없어도 마음에 맞는 선후배들과 간단히 모여 저녁 식사를 한다. 차장들과 함께 마니또 등 소규모 게임도 진행한다.

박씨는 "요즘 사람들이 회식 싫어한다는 건 편견"이라며 "직장인들이 싫어하는 회식은 강압적인 꼰대 회식이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 나누는 건 대환영"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다니는 회사는 분기별로 한번 팀회식을 한다. 술이나 건배사를 강요하는 분위기도 없다. 회사 내부의 불편한 이야기도 함부로 꺼내지 않고 직장 생활, 취미 관심사 등을 이야기 나누다가 2차 없이 깔끔하게 헤어진다.

패션업계에 근무하는 2년차 직장인 김모씨(27)가 지난달 SNS에 올린 사진. 이곳은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식 메뉴를 선정해 회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패션업계에 근무하는 2년차 직장인 김모씨(27)가 지난달 SNS에 올린 사진. 이곳은 팀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식 메뉴를 선정해 회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머니투데이가 만난 2030 직장인 20명 중 18명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강압적인 회식 문화가 사라지면서 회식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올바른 회식 문화를 위해 절주 캠페인, 원데이 클래스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직장인 회식 문화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9%가 현 직장 회식 문화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5.9%를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7%포인트 올랐다.

회식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로는 46.7%가 '술을 강요하지 않는 분위기'를 꼽았다. 40.6%는 '비교적 일찍 끝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응답자의 35.9%는 '팀, 부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하다'고 밝혔고 35.7%는 '회식 참여를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직장인 회식 문화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9%가 현 직장 회식 문화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6월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직장인 회식 문화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52.9%가 현 직장 회식 문화에 대해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사진=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외국계 물류회사에 3년 차 재직 중인 27세 남성 이모씨는 "회식은 어느정도 필요한 것 같다"며 "평소 부장님이나 다른 팀원들이랑 이야기할 기회가 없는데 회식을 하면 친해질 수 있어서 좋다. 요즘에는 술을 강요하거나 건배사를 요구하는 문화가 사라져서 가능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4년차 직장인 최모씨(33) 역시 "코로나19 이전에는 회식도 많고 노래방도 자주 가고 술도 강권하는 분위기라 힘들었다"며 "요즘은 회식도 많이 줄어들었고 일명 꼰대 발언을 하는 것도 서로 서로 조심한다. '1차 끝나고 집에 가겠다' '어떤 음식을 먹고 싶다' 등 자기 표현도 솔직하게 하는데 이런 회식이면 찬성"이라고 말했다.

기업에서도 강요없는 회식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 등 주요 기업은 엘리베이터에 '회식문화 119' 공지문을 붙여놨다. 119는 1가지 술로, 자리는 1차까지만, 9시 전에 끝나는 술자리를 의미한다.

광동제약은 6가지 회식 문화를 강조한다. 회식은 자율 참석이 기본이고 필참, 음주, 건배사, 술잔돌리기 등은 금지한다고 안내했다. 최소 일주일 전에는 회식 공지해야 하며 지나친 음주로 업무 지장을 주면 안된다고 했다. 공연 관람 등 비음주 문화회식을 권장하고 법인카드 사용 지침을 준수하며 부서 예산을 투명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공지했다.

영화 감상, 소규모 게임 등 기존 회식을 문화 관람으로 대체하는 '문화 회식'도 이어지고 있다. 친환경 사업을 운영하는 한 AI(인공지능) 스타트업은 저녁 회식 대신 방탈출 게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팀원들끼리 조를 나눠서 승패를 가리는 식이다. 양주시 등 일부 지자체는 MZ세대 직원들이 주축이 돼 의사결정기구 '주니어보드'를 만들고 영화, 뮤지컬 관람, 레저스포츠 등을 장려하는 회식 문화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그동안 회식은 상사들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제는 부하직원이 회식 장소나 메뉴, 날짜 등을 함께 정하는 등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직장 내 소통은 업무 뿐만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이런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팀의 화합을 위해선 다양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술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메뉴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분위기를 유연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회식 1주에 3번' 선배들이 후배 끌어줬던 그 때, 지금은…"


③ 전문가들 "회식 아예 사라지진 않을 것, 더 유연하게 진화할 가능성 높아"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1개월 만에 해제된 18일 낮 광주 북구 중흥동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부터 사적모임은 인원 제한이 없고, 다중이용시설 역시 시간제한 없이 영업이 가능하다. 2022.4.18/뉴스1
(광주=뉴스1) 정다움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가 2년1개월 만에 해제된 18일 낮 광주 북구 중흥동 한 음식점에서 시민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이날부터 사적모임은 인원 제한이 없고, 다중이용시설 역시 시간제한 없이 영업이 가능하다. 2022.4.18/뉴스1

코로나19(COVID-19)와 맞물린 개인주의 추세 확산은 그간의 회식 문화를 크게 바꿔놨다. 과거가 그립다는 의견과 지금의 회식 문화가 충분히 좋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서울시가 지난 5월 발표한 '야간활동 활성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회식문화가 감소했다는 응답률이 64.4%로 집계됐다. 회식문화가 줄어든 이유로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집합금지' 때문이라는 응답이 52.9%로 가장 많았다. 이는 서울시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3월 6~10일 서울에 사는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금융권 부장급에서 최근 퇴직한 A씨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젊은 직원들은 회식을 '업무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회식이 주기적으로 있긴 했다"며 "코로나19 이후부터는 회식 대신 직원 개인에게 돈으로 주는 등 사실상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이전부터 변화하고 있던 사회 분위기가 회식 감소의 배경으로 꼽힌다. A씨는 "내가 입사했던 1980년대에는 선배들이 술을 사주면 거기에 상응하는 충성을 했고 선배들은 그런 후배를 도와주는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조직 내에서의 이른바 '정치력'보다는 개인의 업무 능력이 중요한 시대라 회식이 과거만큼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1년 입직한 공무원 이모씨(37)는 "처음에는 1주일에 3회 회식에 2·3차 새벽 1시는 기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씨는 "지금은 분기에 1번 정도, 저녁만 간단히 먹는 추세로 바뀌었다"고 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30대 박모씨는 "예전에는 팀 회식도 많았지만 선배들이 삼삼오오 부르는 자리도 많아서 한 달에 2~3회 정도 회식이 있었다"며 "자리에 따라 다르지만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과거의 회식을 경험한 세대들 사이에서는 최근의 현실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씨는 "아무래도 교감이 많았던 만큼 동료들이랑도 더 친하게 지냈던 것 같다"며 "회사도 사람이 모인 곳인데 개인적인 특성이나 사정을 잘 알면 업무에 있어서도 원활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회식 문화가 더 빠르게 바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식이 아예 사라지기는 어려운 만큼 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문화인 만큼 회식이 조직에 기여하는 부분이 분명 있다"며 "회사별로, 또 구성원의 선호에 따라 회식의 형태를 결정하면서 좋은 기업 문화를 선도하는 방식으로 변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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