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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보행자 사이 눈치보다 "어, 어"…자전거 사망 사고 급증

머니투데이
  • 안재용 기자
  • 오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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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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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아찔한 자전거의 세계(上)

[편집자주] 한국에서 자전거는 위험하다. 자전거 사고로 국내에서만 이틀에 1명씩 숨진다. 보행자도 마찬가지다. 어르신과 어린이를 제외하곤 자전거의 인도 주행은 불법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자전거가 인도를 내달린다.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차에 치이거나, 사람 치거나…자전거 사고로 이틀에 한 명 숨진다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모(헬멧) 착용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물빛공원 인근에서 경찰이 계도를 위해 안전모 없이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을 멈춰 세우고 있다. 자전거 헬멧착용 의무화는 단속·처벌규정이 없는 훈시규정이며 적용 대상 도로는 도로법상 도로와 자전거도로로 한정된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자전거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모(헬멧) 착용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물빛공원 인근에서 경찰이 계도를 위해 안전모 없이 자전거를 타던 시민들을 멈춰 세우고 있다. 자전거 헬멧착용 의무화는 단속·처벌규정이 없는 훈시규정이며 적용 대상 도로는 도로법상 도로와 자전거도로로 한정된다.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운전 도중 교차로 같은 데서 갑자기 오른쪽에서 자전거가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다. 손님들이 내릴 때 사고가 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할 때도 많다."(60대 택시기사 A씨)

우리나라에서 한 달에 한 번 이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1340만명, 매일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은 330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이틀에 한 명 꼴로 자전거 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과 탄소중립을 위해 자전거 이용이 권장되고 있지만, 자전거 전용도로 등 여건이 자전거 시대에 발맞춰 갖춰지지 못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도로 등 인프라를 강화하고 자전거 도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대신 전용도로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정작 안전을 위한 법안들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자전거전용도로 확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 개정안(노용호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자전거도로 차량 통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민형배·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등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등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관련 법안들은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자전거 안전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는 동안 교통사고 가운데 자전거 사고의 비중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19만6836건) 중 자전거 사고는 1만2564건(6.4%)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자전거 사고 비중이 5.7%였던 것과 비교하면 4년새 0.7%포인트 오른 것이다.

자전거 사고 사망자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자전거 사고 사망자는 지난 2019년 178명에서 지난해 190명으로 12명 늘었다. 대략 이틀에 한명 꼴로 자전거 사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349명에서 2735명으로 크게 줄었다. 자전거 사고 사망자 비중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6.9%에 달한다. 자전거 수송 분담률이 약 1.2%인 것을 고려하면 사망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크게 높은 셈이다.

차-보행자 사이 눈치보다 "어, 어"…자전거 사망 사고 급증
전문가들은 도로 여건이 자전거를 타기에 적합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전거 인구가 급증하면서 사고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로교통법 제13조2항에 따르면 자전거 도로가 설치되지 않은 곳에서 자전거 운전자는 차도 우측 가장자리에 붙어 통행해야 한다. 단 만 13세 미만 어린이와 만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이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에는 인도를 통행할 수 있다.

문제는 자전거가 차도를 운행하는 경우 자전거 전용도로 또는 자전거·보행자 겸행도로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망사고의 경우 일반차도 등을 이용하다 자동차와 자전거가 충돌해 사망한 사건의 비중이 매우 높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지난해 자전거 관련 사망자 가운데 자동차와 자전거가 충돌해 사망한 사람의 비중이 78.6%를 기록했다. 자전거가 보행자를 쳐 보행자가 사망한 사고는 1%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 또는 자동차와 충돌 없이 자전거 운행 도중 전복 등으로 사망한 비중은 20.4%를 나타냈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난 8월 발표한 '자전거 사고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서울 강남구의 자전거 사고 장소를 비교한 결과 "자전거 가해 사고가 자전거 전용도로보다는 일반도로 및 일반도로의 교차로 등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보행자 사이 눈치보다 "어, 어"…자전거 사망 사고 급증
자전거 도로의 경우도 지난 2011년 1만5308km에서 지난해 2만6255km로 양적으로는 팽창했으나 자전거 전용도로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비중이 높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전거 전용도로는 전체 자전거 도로 중 13.9%에 불과하다.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전체의 74.8%를 차지한다.

자전거 도로는 크게 자전거만 다닐 수 있는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와 보행자가 통행할 수 있고 인도에 붙어 있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차도의 일부를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한 자전거 전용차로, 자동차와 자전거가 모두 통행할 수 있는 자전거 우선도로로 나뉜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인도 위에 설치돼 있다보니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가) 시거(자동차 등을 운전하는 사람이 도로 전방을 살펴볼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가 굉장히 많다"며 "그러다보니 자전거와 자동차간 교차점, 자전거와 보행자간 교차점에서 부딪치는 사고가 많다. 전체 사고의 절반 정도는 그런 사고"라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자전거 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과거 일본이 우리와 비슷했는데 이제 법적으로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를 없앴다"고 했다.

자전거 운전자 교육을 강조한 의견도 있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사고를 예방하기위해 교육이 필요한데 그게 안 되고 있다"며 "운전면허 갱신할 때 (자전거) 교육을 하지 않는데 의무적으로 면허증 갱신할 때 자전거 교육을 해야한다"고 했다.

16년째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는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도로교통법상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반적인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이 '빨리빨리 문화'에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중공업 육성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다 보니 자동차 중심의 도로교통 문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됐다. 이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출퇴근 16년째' 이용빈 의원, '자전거 패키지법' 낸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기범 기자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기범 기자
자전거 안전사고를 줄이려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동차 중심인 현행 도로교통 법체계의 틀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자전거에 대한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유명한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13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만나봤다. 그는 '나부터 친환경을 실천하자'는 생각에서 2008년부터 16년째 자전거 출퇴근을 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과 국회 직원이 함께하는 '자전거 타는 국회 모임'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 자전거 출퇴근 16년…"주변에 추천하면 사고 날까 불안해하더라"

이 의원은 평소 주변에 자전거 출퇴근을 권유하곤 하지만, 거절당하기 일쑤라고 했다. 바로 '안전 문제' 때문이다. 그는 "자전거 출퇴근이 정말로 괜찮다는 생각에 주변에 추천을 종종 하는데 다들 시도하기 어려워하더라"며 "무슨 이유 때문이냐고 물으면 대개 안전을 얘기한다. 자전거를 타다가 혹시나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많이 이야기한다"라고 했다.

그가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지 고민하게 된 계기다. 이 의원은 자전거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국회 토론회를 올해에만 3번 열었다. 지난해 6월에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서울에서 광주까지 약 500km(킬로미터)를 자전거로 주파하기도 했다. 이 여정에는 꼬박 3박4일이 걸렸다.

오랜 고민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의원은 "도로교통법상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반적인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한국이 '빨리빨리 문화'에 자동차 산업을 비롯한 중공업 육성을 통해 급격히 성장하다 보니 자동차 중심의 도로교통 문화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게 됐다. 이것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이 의원은 조만간 도로교통법 일부개정 법률안 5개를 묶은 일명 '자전거 안전 패키지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현재 법안 성안은 다 됐고, 공동발의 서명을 받고 있다. 그는 "법규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면 사람들의 인식도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법 바꾸면 인식도 바뀔 것"…패키지법, 조만간 발의

1번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7월 기발의된 상태.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1번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 7월 기발의된 상태.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중이다.
그가 발의할 예정인 법안에는 자전거 이용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담긴다. △자전거·보행자 겸용 도로에서 보행자가 자전거도로를 통행하지 못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한 법안 △하위 법령에 자동차와 자전거 간 안전거리를 명확히 제시하도록 한 법안 △자동차가 자전거도로나 자전거횡단도에 주·정차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 △횡단보도 설치 시 자전거횡단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안 등이다.

차로별로 주행 가능한 통행속도를 규정하는 법안도 있다. 저속차로는 어떤 차종이든 모두 제한된 속도로 달리게 하는 내용으로,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 운전자가 해당 저속차로로 다닐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의원은 "속도를 30km 정도로 제한하면 자동차와 자전거 간 사고 위험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제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법안 통과를 위해 발로 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법안 준비는 재작년부터 시작했는데 여러 의견을 듣고 조정하느라 늦어진 감이 있다"면서 "지도부에도 의견을 피력하고, '자전거 타는 국회 모임' 인원들과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자전거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곧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이라고도 강조했다. 이 의원은 "기후 위기 문제는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장의 문제"라며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을 획기적으로 올리는 게 탄소중립으로 가는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전거가 레저를 넘어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1%에 그치는 교통 분담률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상당한 기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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