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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못줘" 으름장에 '화들짝'…동아줄 찾는 유통사, PB에 사활

머니투데이
  • 임찬영 기자
  •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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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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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제조-유통 전쟁 1년, 화해에서 독립으로(下)

[편집자주] 즉석밥 1등인 CJ제일제당이 쿠팡에 햇반 납품을 중단한 지 1년이 지났다. 외형은 납품가격 갈등이지만 실상은 오랜 기간 지속된 제판(제조 vs 판매) 전쟁의 연장선이다. 케케묵은 주도권 싸움이기에 곧 합의점을 찾을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장기화하면서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화해 대신 독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CJ vs 쿠팡 전쟁 1년, 무엇이 달라졌나.



"신라면 얼마에 팔지도 못 정해요"…PB로 살길 찾는 유통가


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자체브랜드(PB) 제품이 진열돼 있다./사진= 뉴스1
지난달 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자체브랜드(PB) 제품이 진열돼 있다./사진= 뉴스1
쿠팡과 CJ제일제당의 납품가를 둘러싼 신경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이 제조사로부터 독립을 외치며 PB(자체브랜드)와 NPB(공동기획상품)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NB(제조사 브랜드) 제품 의존도를 낮춰 유통사 본연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납품가·판매가까지 결정하는 제조사…2010년 '신라면 전쟁' 승자는 '농심'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제조사로부터 납품가와 판매가 가이드라인을 받고 그 범위 내에서 가격을 결정한다. 제조사에서 유통업계의 통상 마진율에 따라 납품가, 판매가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모든 업체에 동일한 수준으로 납품가, 판매가 가이드라인을 보내는 건 오래된 관례"며 "옛날처럼 최저가 경쟁이 붙은 게 아니기 때문에 유통사도 마진율만 잘 지켜진다면 가이드라인에 맞춰 가격을 형성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제조사가 납품가뿐만 아니라 유통사의 판매가까지 정하는 상황은 그만큼 제조사들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주요 매출이 NB에서 나오기 때문에 제조사의 요구를 거절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1위 상품을 제조하는 제조사일수록 그 영향력은 막강하다.

이러한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10년 이마트와 농심의 일명 '신라면 전쟁'이다. 대형마트 1위 업체인 이마트는 '오픈 프라이스' 전략의 일환으로 라면 시장 1위 제품인 '신라면'을 납품가보다도 30%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는데, 이에 제조사인 농심이 반발하며 양측의 갈등이 심화했다. 결국 농심이 '납품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자 이마트가 백기를 들며 갈등이 일단락됐다. 대형마트 업계가 당시 전성기를 누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조사가 유통사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관례 깬 쿠팡의 도전…NB 의존도 낮추려 PB 늘리는 유통업계

"신라면 못줘" 으름장에 '화들짝'…동아줄 찾는 유통사, PB에 사활
이런 유통사와 제조사 간의 관계에 균열을 낸 건 쿠팡 등 e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이다. e커머스는 공간적인 제약이 있는 오프라인과 달리 무한대로 판매 상품을 늘릴 수 있어 제조사 영향력이 오프라인보다 적다. 제한된 진열대에 유명 NB 상품만 채울 수밖에 없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2~3위 제품까지도 같이 판매할 수 있기에 모든 제조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어서다.

유통사들은 특히 자체 PB 상품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PB 상품은 대형 제조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데다 독자적인 가격 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체들에겐 필수 사업이 됐다. 여기에 중소기업과 상생한다는 명분도 있다. 실제로 쿠팡의 PB 협력사의 90%는 중소기업이다. 쿠팡은 직매입해 판매하는 상품 외에 오픈마켓에도 로켓배송을 적용한 로켓그로스를 통해 중소·영세 제조업체들의 판로를 열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오프라인 1위인 업체인 이마트 역시 근본적으로 NB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PB인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다. 특히 피코크는 일반적인 가성비 위주 PB에서 벗어나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로서 성장세를 타고 있다. 노브랜드와 피코크는 현재 1500여종, 800여종의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두 개 사업에서만 1조69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달성한 바 있다.

이마트가 가성비뿐만 아니라 프리미엄으로까지 PB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유통사 최고 경쟁력은 결국 '가격'과 '품질'에서 오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에서 판매하지 않는, 오직 이마트에서만 판매하는 가성비 있는, 품질 좋은 상품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도다. 이는 이마트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롯데마트, 11번가 등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추구하고 있는 주요 전략 중 하나다.

특히 국내 유통업체들의 PB 상품 비중이 20%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 PB 상품이 발달한 유럽·북미 등 대형마트의 PB 비중은 50~100%대에 달한다. 실제 독일 수퍼마켓 알디와 리들의 경우 90% 이상을 직매입해 PB 상품을 판매 중이다.



쿠팡vs제조업 '납품가' 싸움 속...新검색독립 꿈꾸는 e커머스



"신라면 못줘" 으름장에 '화들짝'…동아줄 찾는 유통사, PB에 사활
e커머스 업계는 다나와, 네이버가격비교와 같은 '메타쇼핑몰'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하고 있다. 쿠팡과 식품제조업체의 가격주도권 싸움이 다른 e커머스 업계에는 기회가 됐다. 유통채널을 다원화하고 싶은 제조업체의 수요와 자사몰 콘텐츠를 강화하고 싶어하는 후순위 e커머스 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메타쇼핑몰(이하 메타)은 여러 곳에 있는 상품 정보를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말한다. 네이버 가격비교, 다나와, 에누리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에서는 개별 e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해서 필요한 물건 가격을 비교하지만 우리는 여러 e커머스에 올라온 수십~수백개의 상품 가격을 별도로 비교하는데 익숙하다.

이러한 메타 서비스 덕에 국내 e커머스에는 오랫동안 절대강자가 존재하지 못했다. 가격 비교가 쉬운 만큼 최저가 경쟁은 더 치열해졌고 경쟁을 통해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분산된 탓이다.

하지만 최저가 경쟁은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이 때문에 과거에도 e커머스 회사들은 수차례 '메타독립'을 시도했다. 포털과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 의존도를 줄여보자는 '검색독립'이기도 하다.

이베이코리아는 2013년 지마켓과 옥션 상품 데이터베이스(DB)의 네이버 공급을 중단했다. 11번가와 인터파크도 동참했다. 자사 상품이 네이버에서 검색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2개월 후 인터파크는 다시 네이버쇼핑에 상품데이터베이스 공급을 재개했고 11번가는 8개월 만에 백기를 들었다. 지마켓과 옥션도 2015년부터 다시 네이버 쇼핑에 상품데이터베이스를 공급했다.

쿠팡도 4~5위 사업자로 머물던 2016년에 네이버쇼핑에 상품데이터베이스 공급을 중단했다가 2018년에 재개했다.

e커머스 회사들이 다시 메타 생태계로 복귀한 것은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매출을 키우고 이용자수(트래픽)을 늘리면 상품판매 이외에 다른 수익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이베이 시절 지마켓이 사이트 이용자수가 많은 것을 활용해 광고 수익을 올린 것이 대표사례다.

이 같은 논리가 e커머스 업계에 유행처럼 번지면서 e커머스사들은 다시 출혈경쟁을 감수하면서라도 메타를 통한 덩치 키우기에 몰입했다.
하지만 쿠팡이 로켓배송을 통해 e커머스 업계 절대강자로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상품 판매를 중계하는 일반 e커머스와 달리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쿠팡이 대량의 판매량을 무기로 상품제조업체와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그동안 e커머스 업체들은 일반 도소매업자들이 올려둔 상품에 자체 할인 쿠폰을 적용해 최저가를 만들어왔다. 반면 쿠팡은 상품 제조업체들로부터 물건을 싸게 사 와서 최저가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경쟁을 지속할수록 출혈을 감내하고 최저가를 만드는 오픈마켓 기반의 e커머스 업체들은 지속적으로 가격경쟁을 할 수 없게 됐다. 가격 주도권을 쥔 쿠팡은 최저가를 무기로 메타쇼핑몰 내에서 소비자들을 독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최근 e커머스가 메타독립을 다시 추진하는 이유다. 큐텐그룹에 인수된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는 최근 메타쇼핑몰 최저가 경쟁에서 발을 뺐다. 과거처럼 메타쇼핑몰에 상품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까지는 아니지만 사용자 유입을 메타쇼핑몰에 의존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과거에는 타사 쇼핑몰에서 가격이 내려가면 자동으로 10원이나 100원 더 싸게 만드는 식으로 일부 '미끼상품'을 메타쇼핑몰에서 최저가로 노출될 수 있도록 했지만 이제는 정책 자체를 바꿨다.

'10분어택' '투데이 특가' 등을 통해 특정 상품을 특정시간에 시장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제공한다. e커머스는 이러한 가격경쟁력을 통해 소비자들을 자사몰로 직접 유입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상품을 싼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어야 가능한 구조인데, 쿠팡으로부터 가격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싶은 제조사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를 통한 뜨내기 손님보다 앱으로 직접 들어온 충성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는 것이 최근 e커머스들의 공통적 전략"이라며 "더이상 성장만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보니 출혈을 해서라도 매출을 키우려는 방식은 다들 자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은 쿠팡이 독주할수록 가격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쿠팡 의존도를 줄이고 판매채널을 다원화해야 제조사들도 가격독립이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른 바 '정상가격'과 '할인가격'을 구분하고 싶어하는 제조사들의 수요도 맞아 떨어졌다. 특정기간, 특정시간 동안 일정 물량을 싸게 팔고 평상시에는 정상가격으로 판매해야 소비자들도 할인효과를 체감하지, 상시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를 하면 소비자들이 해상 상품에 대해 '할인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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