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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글로컬대학의 혁신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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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1.2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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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글로컬대학'의 막이 올랐다. 10개 대학마다 1000억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세간의 관심은 '어느 대학이 선정됐느냐'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대학들이 '왜 선정됐는지'다. 내년에 다시 도전하려는 대학이 봐야 하는 것은 보고서 디자인이나 과제목록이 아니다. 높은 평가를 받은 비전이나 과제를 도출하게 된 대학의 역량이 어디서 나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겉모습보다 대학에 내재한 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성균관대 연구팀이 대학이 제출한 혁신보고서, 총장 인터뷰, 언론 기사 등을 검토해 글로컬대학의 공통점을 찾아봤다.

첫째, 대학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었다. 미래세대와 지역사회를 위해 대학이 담당할 책무가 무엇인지를 찾고 이를 구현할 비전과 과제를 제시했다. 대학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 생태계의 일부고 다른 요소들과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한다. 따라서 대학이 해야 할 것은 '생태계 일부로서 대학에 부여된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거점 국립대의 존재의의는 무엇이고 지역산업을 위해 대학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주민의 역량개발과 도시재생을 위해 대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다. '남 탓'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라는 자세로 자기 혁신을 도모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비전을 보여주는 대학이 공감을 얻는다.

둘째, 자교의 강점과 주변에 대해 부단히 학습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지역특성과 교수수요, 대학의 비교우위와 강점, 다른 교육·연구기관과 전략적 협력 가능성, 국내외 혁신동향, 미래 고등교육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탐구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이런 대학들은 '평소' 전략기획부서를 가동해 환경의 변화를 살피고 당면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교내 위원회를 '실효성' 있게 운영한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학교 밖 전문가를 주기적으로 초청해서 듣고 매주 열리는 보직자 회의가 곧 전략회의다. 다양한 자료와 정보가 쌓여 혁신전략이 수립되고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지적자산으로 축적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 하지만 반대 사례도 많다. 정부사업이 나오면 보고서 작성팀을 꾸려 단기 집중작업을 한 후 해체를 반복하는 대학이다. 혁신을 위한 지적 토대와 문화가 쌓이기 어렵고 외부 힘과 정치력에 의존한다. 대학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혁신의 첫 바퀴를 굴리기 위해 외부 전문가나 컨설팅회사를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교의 운명을 온전히 밖에 맡기는 대학에 미래는 없다. 끊임없는 학습과 도전으로 운명을 개척하는 대학이 살아남는다.

셋째, 지속가능한 리더십과 자신감이다. 4년마다 비전이 바뀌고 정책이 흔들리는 대학에서 깊은 여운과 감동을 주는 혁신적인 계획이 나오기 어렵다. 오랜 기간 의견을 수렴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비전과 과제를 다듬은 대학이 평가단의 공감을 얻는다. 이런 대학의 다른 특징은 '자신감'이다. 사업을 위해 계획을 급조하면 스스로 초라해진다. 대학의 특성과 강점을 살린 '숙성된' 대안이 있으면 평가단을 자신 있게 설득하는 자세가 나오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울타리를 걷고 캠퍼스 밖으로 나간다. 대학의 사회적 책임을 고교 졸업자 교육에 한정하지 않는다. 지역 곳곳에 고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과 상생하는 대학이 되겠다는 담대한 꿈을 꾼다. 대학의 고객을 졸업생, 지역주민, 인근 회사의 재직자, 외국인 학생, 지역산업으로 넓힌다. 지역기업이나 연구기관과도 손을 잡고 연구·개발을 한다. 재정수입 확대는 부수적 결과일 뿐이다.

글로컬대학은 이제 시작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천문학적 세금을 쓰는 만큼 화려한 말잔치가 되지 않도록 성과를 엄격히 평가해야 한다. 제3의 전문가집단이 하는 모니터링 체계를 운영하고 우수 사례는 '아카이브'로 만들어 다른 대학에 확산해야 한다. 무엇보다 세계에 내놓을 한국 최고의 대학을 만들려면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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