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투업체 '금융기관 투자' 허용 초읽기…상위사만 '문턱' 넘을 듯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체가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을 길이 열렸지만 상위 극히 일부 회사만 기관 투자의 수혜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려면 CSS(신용평가모델)의 기술력을 검증받아야 하는데 대부분의 중·하위권 회사가 혁신성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온투업계에 따르면 온투업체는 올해 3월 안으로 온투협회를 통해 금융기관 투자 허용을 위한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3월 금융위는 온투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금융기관 투자를 허용하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후 같은해 10월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하는 형식으로 금융기관 투자를 허용키로 했다.


온투업계는 그간 금융기관 투자를 숙원 사업으로 삼고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개인투자자·전문투자자, 일반 법인·글로벌 금융기관 등이 온투업의 대출 상품에 투자하고 있으나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는 제한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캐피탈 등 국내 금융기관이 온투업 투자 수요를 갖고 있는데도 투자를 유치하지 못해 온투업계는 빠른 성장이 어려웠다.

금융위는 개인신용대출에 한해 금융기관 투자를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위한 혁신성 평가는 온투업체의 CSS 평가를 통해 이뤄진다. 온투업체가 개발한 CSS가 중·저신용자를 포용할 수 있는지, 연체율을 낮출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온투업체는 최대 4년간 규제 특례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를 받게 된다.

온투업계에선 51개 회사 중 주요 3~4개사만 혁신성 평가를 통과할 것으로 내다본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대상이 되려면 자체 CSS로 개인신용대출을 운영해야 하는데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있는 회사가 지난해 12월 기준 15개에 불과하다. 이 중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100억원을 넘는 회사는 피플펀드·8퍼센트·모우다 등 3개다. 나머지 회사는 부동산담보대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고도화된 자체 CSS를 가진 회사도 소수다. 업계 1위 피플펀드와 또다른 상위 업체 어니스트펀드는 1금융권에 돈을 받고 공급할 정도로 고도화된 인공지능(AI) 기반 CSS를 갖고 있다. CSS 투자에 주력한 상위사는 혁신성 평가를 무난하게 통과할 가능성이 크지만 자체 CSS 없이 외부 컨설팅을 받는 회사나 아직 고도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한 중·하위사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에서 탈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기간이 기본 2년이기 때문에 이 기간 상·하위사간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관 투자가 언제쯤 정식 제도로 정착해 모든 온투업체에 허용될지도 미지수다. 금융위는 최근 온투업체를 비롯해 모든 금융사의 연체율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으로 금융기관 투자를 확대할 방안을 고민하다 혁신금융서비스를 활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온투업체 관계자는 "CSS 기술력에 따라 기관투자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되는 건데 과감한 투자를 하지 못한 회사는 현실적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