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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쎄한 택시기사 "승객이 피싱범 같아"…2000만원 돈뭉치 되찾았다

머니투데이
  • 오석진 기자
  •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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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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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서울 금천경찰서 독산파출소 박수진 순경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교육생 시절 박수진 순경의 모습/사진=본인제공
22일 새벽 박수진 순경이 서울 금천구 독산파출소에서 근무하는 모습/사진=본인 제공
"저는 택시기사인데요. 승객이 보이스피싱 전달책 같아요."


지난달 19일 오후 6시쯤 서울 금천경찰서에 112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인 택시기사는 뒷좌석에 탄 여자 승객이 어딘가 수상하다고 했다. 승객 A씨는 서울 종로구에서 큰 가방을 메고 택시에 탔다. 처음엔 경기도 고양시 쪽으로 이동해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경기도 시흥으로 가달라고 말을 바꿨다. A씨는 불안한 눈빛으로 휴대폰만 꽉 쥐고 있었다. 휴대폰에는 텔레그램 문자 알림이 계속 울렸다.

택시기사는 순간 쎄한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보이스피싱 전달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혹시 돈 전달하고 그런 거 아니냐" "보이스피싱 같은데 아니냐" 묻자 승객은 표정이 일그러졌다. A씨는 "저도 지금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의심이 점점 확신이 되자 택시기사는 승객을 설득해 112에 전화를 걸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사람은 독산파출소 3팀 박수진 순경이었다. 박 순경은 운전대를 잡고 택시기사가 있는 곳으로 곧장 향했다. 문제는 시간대였다. 평소라면 금천고가도로를 지나 금천교 방면으로 갔겠지만 어딘가 불안했다. 퇴근 시간대라 차가 꽉 막힐 것 같았다. 박 순경은 기지를 발휘했다. 운전대를 틀어 시흥대로 방면으로 이동했다. 그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국도 보다는 빠를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 순경이 운전하는 동안 옆에 있던 부팀장은 주변 차량에 양해를 구했다. 20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이날은 단 10분 만에 도착했다. 박 순경은 혹시나 A씨가 도주할까봐 택시 옆에 순찰차를 바짝 붙여 세웠다.


박 순경이 전달책을 검거한 장소는 교차로로 퇴근시간에 무척 혼잡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네이버지도
박 순경이 전달책을 검거한 장소는 교차로로 퇴근시간에 무척 혼잡한 것으로 알려졌다./사진=네이버지도

A씨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박 순경은 "여기 보는 눈도 많고 추우니까 일단 순찰차에 앉아서 얘기하자"며 승객을 순찰차로 유도했다. 그 사이 부팀장은 택시 안에 있던 A씨 가방에서 현금을 확인했다. 5만원짜리 돈뭉치가 수십개씩 있었다.

A씨는 자신은 시키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고액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를 보고 시작했고 종로구에서 돈을 받고 이동하라는 지시만 따랐다고 했다. 박 순경이 A씨와 대화를 하던 중에도 휴대폰에는 실시간 위치를 보고하라는 알림이 계속 울렸다. 박 순경은 채팅 내용과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A씨가 보이스피싱 현금 전달책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피해자는 총 2명으로 피해 금액만 2090만원 정도다. A씨는 20대 사회 초년생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 일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생 시절 박수진 순경의 모습/사진=본인제공
교육생 시절 박수진 순경의 모습/사진=본인제공

박 순경은 "많은 사람들이 '나는 당하지 않겠지'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말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며 "텔레그램을 이용하거나 고액 아르바이트로 접근하면 99% 피싱 사기일 수 있다.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관내를 벗어난 사건이었지만 박 순경은 끝까지 피싱범을 쫓았다. 그는 평소 사건의 실체를 알아내는 일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경찰을 꿈꿨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작은 단서를 모아서 진실을 찾아내는 걸 좋아한다"며 "앞으로 형사, 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며 사회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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