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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광산 탐사에 AI' 도입...'국산 리튬' 가능성 캐냈다

머니투데이
  • 대담=김유경 정보미디어과학부장
  • 정리=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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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0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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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5년 발품 팔아 전국 원소 데이터 확보…AI 적용해 국내 '리튬 유망 광구' 발견
카자흐-몽골-베트남 등과 손잡고 핵심 광물 新 공급망 구축
2050년 달·화성에서 우주 광물 자원 탐사…우주 경제 주도할 것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질자원연이 현재 추진중인 연구와 그 성과에 대해 설명하는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리튬과 같은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확보와 우주자원 개발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그 역할과 책임을 자처하고 나선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있다. 창립 107년 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이하 지질자원연)이다.

지난 13일 대전 지질자원연 본원에서 만난 이평구 원장은 "지질자원연의 앞으로 100년을 이끌어갈 책임과 역할이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 확보와 우주자원 개발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구에서 자원을 확보하고 나면 다음 50년의 목표는 우주에서 생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원장의 생각은 현실이 되고 있다. 그가 지질자원연의 수장이 된 지 2년6개월차, 이전엔 상상할 수 없었던 성과가 하나둘 세상에 나온다. 우선 '자원 불모지'로 여긴 한국에서 이차전지의 핵심원료인 리튬이 다수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광상(경제성 있는 광물이 집적돼 채굴의 대상이 되는 곳)을 2곳 발견했다. 그런가 하면 카자흐스탄, 몽골 등 아시아·아프리카 등지의 자원부국과 손잡고 새로운 핵심광물 공급망을 구축 중이다.

아울러 2022년 한국 최초 달궤도 탐사선 '다누리호'에 순수 기술로 제작한 '달감마선분광기'(KGRS)를 실어보냈다. 인류의 '우주생활권' 확장에 대비해 달에서 생존을 위한 현지자원 활용기술(ISRU) 개발에도 나선다. 이 원장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2년 휴·폐광 광산 대상, 희소금속 자원탐사 본격화…광물 추출 가능한 2곳 발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카자흐스탄 바케노를 방문해 리튬 페그마타이트 부존 지역의 잠재 자원량을 평가했다. /사진=KIGAM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탐사개발연구센터 연구팀은 지난해 6월부터 카자흐스탄 바케노를 방문해 리튬 페그마타이트 부존 지역의 잠재 자원량을 평가했다. /사진=KIGAM

-한국에서도 리튬 등 핵심자원이 나올 가능성이 있나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원을 발견하지 못한 것입니다. 1960년대 태백산 광화대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광물자원 조사를 벌였지만 그 이후론 대규모 조사가 없었습니다. 자원을 못 찾을 경우 조사가 실패로 돌아가는데,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는 생각이 컸던 거지요. 또 당시엔 철, 아연, 구리 등 고전적인 금속(베이스메탈)을 찾는 게 중요했기에 현재 주목받는 리튬, 코발트 등 희소금속(레어메탈)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지질자원연은 자원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2022년부터 국내 휴·폐광 광산을 대상으로 이차전지의 핵심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국내 자원탐사에 나섰습니다. 이제 구체적 성과가 하나둘 나오고 있습니다. 리튬 부존 가능성이 높은 12개 광산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재 2개 광산으로 추려졌습니다. 이 2곳에서 경제성이 있을 만큼 순도 높은 광물을 추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과정에서 최초로 AI(인공지능)를 도입했다던데.
▶그렇습니다. 빅데이터 기반 AI를 활용해 광산 탐사기술을 개발한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지질자원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로 AI기술을 적용한 것입니다.

처음엔 전국 2만5000개 지점에 대한 화학성분 자료를 바탕으로 희소금속 유망지역을 찾았습니다. 이어 3D(3차원) 지질모델링 플랫폼을 구축해 광상의 디지털트윈(현실세계의 사물, 장비 등을 가상공간에 재현한 것)을 제작했고 경제성 있는 광석 덩어리인 '광체'만을 표적해 찾아내는 AI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렇게 개발한 AI가 부존 잠재성이 높은 지점을 지목했고 국내 35~36개 광산에 이차전지 양극재의 원료 광종인 리튬, 니켈, 망간, 코발트 등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부터 연구원이 해당 지역 일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작합니다. AI를 도입함으로써 사전조사에 드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AI 학습의 핵심 데이터로 활용된 자료는 어떻게 모았나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에 걸쳐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시료를 채취하고 분석했습니다. 그렇게 모은 시료 2만5000여개로 전국 규모 광물자원 원소 분포도를 만들었지요. 그게 2007년 발표한 '희소금속 전국 지구화학도'입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지구화학도를 만들어 둔 덕분에 AI의 학습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AI 학습엔 데이터가 핵심인데 한국은 이미 전국 원소 분포도라는 중요 데이터를 보유한 셈입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전세계 공급망 中 손아귀에…'제2 요소수 사태' 없으려면


해외 광물 자원 부국과의 협약 현황/그래픽=조수아/AP=뉴시스
해외 광물 자원 부국과의 협약 현황/그래픽=조수아/AP=뉴시스

-국내 광물탐사 외에도 핵심광물 수급망의 다각화를 강조했다.
▶전세계 광물자원 공급망은 여전히 중국이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핵심광물을 확보하고 광산을 개발하는데 역대 최고 수준의 투자를 하고 있지요. 중국이 모로코·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광산까지 넘보며 문어발식 확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자칫 머뭇거리다 보면 한국 배터리산업은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맞게 될 겁니다.

현재 'K배터리'의 핵심원료는 중국이 쳐둔 원료 공급망에 옭아매어져 있습니다. 한국은 광물을 생산하는 '후방산업(upstream)'과 광물의 제련 및 소재화를 다루는 '중간산업(midstream)'의 틈새시장에 전략적으로 파고들 필요가 있습니다.

-틈새시장을 공략할 전략은.
▶핵심광물의 주요 생산국인 호주, 칠레, 콩고 등은 개발한 광물 전량을 중국에 보냅니다. 후방 산업 국가 대부분에 독자적인 광물 제련·소재화 기술이 없기 때문입니다. 환경규제가 적은 중국에 원료소재 생산공장이 밀집돼 있기도 하지요. 여기에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질자원연이 긴밀히 협력하는 저개발 자원부국에 선광 및 제련기술을 전수해 중국이 독식해온 제련·소재화 분야의 '기술자립'을 지원하는 겁니다.

지질자원연은 자원부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최근 2년간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리튬 유망광구 탐사를 시작으로 희토류가 풍부한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나미비아 등 아프리카 자원부국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마련 중입니다. 이들 국가는 핵심 제련기술을 내재화하고 한국은 해당 지역의 원광을 확보하는 겁니다.

지난 3월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주요 자원부국 8개국과 '핵심기술 공유협의체'를 구축했습니다.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는 핵심광물 재활용 기술개발 플랜트 건설에 지질자원연의 기술이전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카자흐스탄과는 2022년 11월 업무협약을 맺고 바케노 지역의 리튬 매장 분포량과 물리탐사를 추진했으며 현재 리튬자원 채굴권을 한국 기업에 제공하는 안이 유력합니다. 전세계 희토류의 16%가 매장된 몽골에는 희소금속협력센터를 설립해 선광·제련기술을 이전하고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기술이전을 통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구체적 효과는.
▶자원부국에서 생산한 원료 소재 생산품을 한국에 우선 수출한다는 것을 전제로 기술을 이전할 계획입니다. 또는 조사결과 유망광구로 판명될 경우 이 광산의 개발권을 지질자원연이 지정한 국내 기업에 먼저 제공하는 식으로 협약을 맺는 겁니다. 지질자원연 입장에선 직접 기술이전료를 받는 방안도 있습니다만 당장 연구원이 얻을 기술이전료 1억원보다 앞으로 국내 산업 전체로 돌아올 100억원의 가치가 더 크지 않겠습니까. 그게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는 출연연의 역할과 책임(R&R)이기도 합니다.



한국의 미래 100년 먹거리 자원, 달·화성에서 찾는다


지질자원연이 2016년~2020년 약 4년 반에 걸쳐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달 감마선분광기(KGRS)가 탐사용 로봇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 /사진=KIGAM
지질자원연이 2016년~2020년 약 4년 반에 걸쳐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달 감마선분광기(KGRS)가 탐사용 로봇에 실려 이동하는 모습 /사진=KIGAM
지질자원연의 우주탐사자원 네트워크 협약 현황/그래픽=윤선정
지질자원연의 우주탐사자원 네트워크 협약 현황/그래픽=윤선정

-우주자원 탐사 및 발굴에도 나섰습니다.
▶달 자원탐사에 관한 한 모두가 '초보'입니다. 누가 먼저 달 자원확보를 위한 기술적 우위를 점하느냐가 경쟁력이 될 겁니다. 2022년 발사된 '다누리호'에는 지질자원연이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달감마선분광기'(KGRS)가 실렸습니다. 감마선 폭발 등으로 발생하는 우주공간의 에너지를 24시간 정밀하게 측정하는 기기입니다. 무게 6.3kg으로 지금까지 달에 간 감마선분광기 중 가장 가볍죠. 해상도는 중국의 달탐사위성 '창어3호'가 얼마 전 촬영한 달의 주요 자원 '토륨'(Th) 분포도보다 더 선명합니다.

KGRS를 통해 달 표면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을 측정해 달의 원소와 자원을 분석하는 게 목표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청정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헬륨3, 달에서 생명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물과 산소, 달기지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 건설자원 등을 탐색할 예정입니다.

지질자원연은 '우주현지자원활용기술'(ISRU) 개발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달 자원조사와 산정, 자원선광 및 추출, 자원저장 등의 기술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달 자원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시대가 오면 한국의 미래 100년 먹거리 자원이 될 겁니다. 지질자원연은 2050년 달·화성에서 우주광물자원을 탐사해 우주경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2050 우주경제 구축'을 연구원의 주요 운영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해외 우주청 및 우주 산업계와는 어떤 교류를 진행 중인가요.
▶미국 항공우주국(NASA), 룩셈부르크 과학기술연구소(LIST), 유럽우주자원센터(ESRIC) 등과 협력체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NASA와는 ISRU 분야에서 공동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지질자원연은 달 자원조사, 획득, 처리, 생산과정까지 전담해 국제 공동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도 국내외 우주자원 네트워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7월엔 우주자원 탐사·개발분야의 핵심역량을 지닌 국내외 산학연과 함께 '우주자원탐사·개발네트워크그룹'을 창설했습니다. 우주스타트업들이 현재 발사체, 위성개발을 주도하는 것처럼 2050년엔 이들이 우주자원 개발도 주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합니다.

-지질자원연의 전망과 목표는.
▶출연연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에서 해제됐습니다. 새롭고 차별성 있으며 국민이 체감할 만큼 실용적인 기술을 제공할 책무가 생긴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는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 새롭고 도전적인 실용 연구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실패 가능성이 높아 아무도 도전하지 않았던 국내 자원 개발, 핵심 광물 신공급망 구축, 우주자원 개발이 바로 그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국민에게 정말로 도움이 되는 연구를 이어가는 게 목표입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원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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