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피 에이스는 쓰러지지 않아' 원태인, '이상 신호 감지'에도 결국 5이닝 버텼다 [대구 현장]

삼성 원태인이 21일 KT전에 선발 등판해 손을 풀고 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KT 위즈 신인 투수 육청명과 선발 맞대결을 펼칠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는 '푸른피 에이스' 워태인(24).

원태인은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100구를 던지며 7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3실점했다.


앞서 9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만 5차례를 기록하며 5승 2패, 평균자책점(ERA) 2.06을 기록하던 원태인치고는 다소 기대를 밑도는 기록이었다.

누구나 원태인의 우위를 점칠 수 있는 맞대결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데에서 흐름이 묘하게 변했다.

1회부터 안타 3개를 맞고 1실점하며 시작했지만 1회에 어려움을 겪는 경기가 종종 있었기에 큰 문제로 보이지는 않았다. 2회엔 탈삼진 하나 포함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무리하며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타선도 2회 동점을 만들어내며 원태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러나 3회 갑작스레 흔들렸다. 2아웃을 잘 잡아냈으나 이후 강백호에게 2루타를 허용했고 문상철에게 던진 초구가 몸에 맞는 공이 됐다.

이때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였다. 잠시 마운드에 주저앉은 원태인은 더그아웃을 향해 손짓을 했다. 정민태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예상보다 빠르게 삼성 불펜이 바빠졌다. 최하늘이 급하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원태인은 다시 공을 던지기 시작했지만 어딘가 문제가 있어보였다. 장성우와 황재균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줬다. 중계진에선 "허리 쪽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KT전 역투하고 있는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올 시즌 9차례 등판 경기에서 단 한 번도 5이닝을 마치지 못한 적이 없었던 원태인이었지만 이날은 쉽지 않아 보였다.

푸른피 에이스의 책임감 때문일까. 원태인은 이후 더욱 힘을 짜냈다. 4회 선두타자 오윤석에게 볼넷을 허용하고도 신본기를 헛스윙 삼진,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이닝을 마쳤다.

5회 존재감을 폭발시켰다. 첫 타자 김민혁에게 2루타를 맞았으나 강백호의 땅볼을 잡아 빠르게 3루로 던져 선행 주자를 잡아냈다. 1루에 출루한 강백호에게 도루를 내주고도 문상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장성우를 투수 땅볼로 잠재우며 정확히 100구로 이날 투구를 마쳤다.

이날 최고 149㎞에 달한 포심 패스트볼을 41구, 슬라이더 22구, 체인지업 20구, 커터 15구, 커브 2구를 고루 섞어 던졌다.

지난 19일 신인 이호성이 10실점하며 무너졌던 터이기에 5이닝을 버텨준 원태인이 더욱 고맙게 느껴진 경기였다. 경기 전 박진만 감독은 이호성에 대해 "매일, 매 순간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그럴 때 운영 능력을 조금 더 경험 해야 할 것 같다. 선발 올라와 안 좋았을 때 운영 능력을 더 키워야 하지 않을까. 본인이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그런 부분에서 기술적이기보다는 멘탈적인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강하게, 더 커가야 하지 않을까. 흔들렸을 때 이겨나갈 수 있는 심적인 부분이나 여러 상황을 일요일 경기를 계기로 더 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성이 지켜보는 가운데 원태인이 사령탑의 주문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줬다.

투구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원태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