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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약은 약사에게' 라더니...1시간 만에 타이레놀 700정 샀다

머니투데이
  • 유엄식 기자
  • 김성진 기자
  • 유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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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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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전국 16%가 무약촌④ - 미스터리 쇼핑 해보니

[편집자주] 인구 10만명당 약국 수 41개. OECD 평균(29개) 대비 1.4배에 달한다. 혹자는 이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약국 접근성이 좋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단순히 인구수를 기준으로 약국 수를 분석하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실제 생활단위를 반영하지 못한다. 인구대비 약국수는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시장논리에 따라 대부분 인구가 많은 곳에 병원과 약국이 몰리는 탓이다.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 같은 경우는 해열제, 소화제와 같은 최소한의 안전상비의약품을 사기 위해서도 한시간 이상을 나가야한다.머니투데이가 처음으로 행정동 단위로 공공심야약국과 안전상비약 판매 편의점 분포 현황을 분석했다.

강동구 소재 약국 2곳에서 구입한 겔포스. /사진=유엄식 기자
종로구 소재 약국에서 약 1시간 동안 상비약을 구매한 결과 거의 수량 제한 없이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사진=김성진 기자
"타이레놀 10개(100정) 한 번에 살 수 있나요"(기자) "그럼요, 몇 개 필요하세요"(약사)

약사법엔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상비약을 20개 품목 이내로 정했다. 하지만 2012년 7월 13개 품목이 정해진 뒤 10년 넘게 그대로다. 이유는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소비자가 무분별하게 약물을 오남용할 수 있다"는 약사회의 반대 논리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선 이런 약사회의 논리가 무색하다. 약국 영업시간에는 소비자가 마음만 먹으면 사실상 '무제한'으로 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다. 한 번에 100정이 넘는 두통약을 단 한 번의 복약지도 없이 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약국서 타이레놀, 베아제 대량 구입 가능...겔포스도 수량 제한 없이 판매


지난 8일~11일 본지 기자 3명이 서울 종로, 광진, 강동 등 시내 약국과 편의점 여러 곳에서 각종 상비약을 구매한 결과, 1시간 만에 타이레놀 70개(700정)를 비롯해 훼스탈, 겔포스 등 각종 약들이 수북이 쌓였다.

방문한 약국은 대부분 구매 수량 제한이 없었다. 종로구 A 약국에서 타이레놀 5개(50정)를 한 번에 구매하면서 "한 번에 몇 개까지 살 수 있냐?"고 묻자, 해당 점주로 추정되는 약사는 "우리는 본사랑 거래를 해서, (구매 수량 제한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왜 많은 양의 타이레놀이 필요한지 묻지 않았다.

계산을 마친 뒤 이 약국에 다시 들어가서 타이레놀 5개를 추가로 구입하겠다고 하자, 이 약사는 재고실을 다녀와 타이레놀이 담긴 박스를 뜯어 다시 5개를 건넸다. 타이레놀을 한 번에 이렇게 많이 사는 사람이 있냐고 묻자 "가끔 있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인근 B 약국에선 "타이레놀은 한 번에 2~3개만 살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데 그 이유는 과다 복용을 우려한 게 아니라 '재고가 달려서'였다. 이곳에서 상비약 소화제인 훼스탈을 10개 사겠다고 했더니 "훼스탈은 광고해서 비싸기만 하다. 훼스탈보다 효과가 3배"라며 다른 제약사가 만든 소화제 10개(100정)를 건넸다.
광진구 소재 약국을 찾아 타이레놀을 구매한 결과 1시간 만에 300정 가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 /사진=유예림 기자
광진구 소재 약국을 찾아 타이레놀을 구매한 결과 1시간 만에 300정 가량을 구입할 수 있었다. /사진=유예림 기자
광진구 소재 약국 두 곳에서 타이레놀 5개를 구매하겠다고 문의하자, 약사들은 "30정씩 들어있는 게 더 저렴하다"고 안내했다. 실제로 10정짜리 제품은 1개 3500원으로 60정을 사려면 2만1000원인데, 30정짜리 1통 가격은 9000원으로 같은 60정을 1만8000원에 살 수 있다. 두 약국 모두 "왜 두통약을 한 번에 많이 사는지", "하루에 두통약을 몇 개 이상 먹으면 안 된다" 등 별도의 복약지도는 없었다.

타이레놀은 하루에 4000mg(500mg 기준 8정) 이상 섭취하거나 술과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간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사전 고지나 복약 안내가 없었다.

편의점은 약국과 달리 상비약을 한 번에 대량 구매하기 어려웠다. 편의점 판매 수량을 동일 품목당 1인당 1개로 제한한 약사법 규정 때문이다. 광진구 한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3개(30정)를 계산대에 올려놓자, 점원은 "타이레놀은 한 개밖에 못 산다"고 안내했다. 편의점 의약품 매대에는 안전 상비약 복약 주의 사항과 함께 '같은 제품은 1개만 구입하십시오'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인근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3개를 들고 계산대에 가자 점원이 "한 번에 같은 종류 약을 여러 개 구입하면 포스기로 결제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처 일부 편의점에선 "여러 개를 사고 싶으면 다 따로 나눠서 결제하면 된다"며 '편법'을 안내하는 점주도 있었다.
강동구 소재 약국 2곳에서 구입한 겔포스. /사진=유엄식 기자
강동구 소재 약국 2곳에서 구입한 겔포스. /사진=유엄식 기자
많은 소비자가 편의점 상비약으로 추가하길 바라는 제산제도 약국 영업시간에는 수량 제한 없이 구매할 수 있었다. 강동구 소재 약국 두 곳을 방문해 겔포스 27개(108포)를 구입하면서 "한 번에 몇 개까지 살 수 있냐?"고 묻자, "구매 수량 제한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화가 불편하신 어르신들이 한 번에 대량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말도 들었다. "하루에 복용 제한 수량이 있냐?"고 묻자, 제품 포장을 살펴본 약사는 "(설명서엔) 하루 3포 이하를 권고한다고 적혀있는데, 조금 더 드셔도 된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편의점 상비약 확대해야" 제도 개선 건의…지사제, 화상치료제, 제산제 등 확대 희망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편의점 상비약 판매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한다. 시민단체 안전 상비약 시민네트워크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6.8%가 '편의점에서 안전 상비약을 구입할 수 있어 이전보다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안전 상비약을 구매하는 이유는 응답자의 68.8%가 '공휴일과 심야에 급하게 약이 필요해서'를 선택했다.

응답자들은 지사제(70.9%) 화상치료제(52.7%) 소아용 감기약(41.4%) 소아용 소화제(33.7%) 제산제(31.7%) 등을 편의점 상비약의 새로운 추가 품목으로 꼽았다.

전문가들도 편의점 상비약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상비약은 일반의약품 중에서도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하기 위해 환자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약국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라며 "현재 약사법에 규정된 편의점 상비약 품목(20개) 수보다 적은 13개 품목만 정했는데, 이마저도 2개 품목은 품절돼 현실적으론 11개만 판매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심의위원회를 신속히 열어 상비약 품목을 확대하고, 지방 군소도시에 약국이 부족한 지역을 전수 조사해서 이런 곳들은 24시간 영업하지 않는 편의점도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게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창간기획] 전국 16%가 무약촌 연재 순서

①의사만 부족한게 아니다…전국 16%는 약 살 곳 없는 '무약촌'
②[르포]"내 나이 85세…약 사러 한 시간 버스 타고 갑니다"
③전국 최고령 동네 10곳, 한밤중 약 살데 없는 '무약촌
④[르포]1시간 만에 타이레놀 700정을 샀다...상비약 '복약지도' 무색
⑤안전상비약 확대 반대하는 약사회, 왜?
⑥'13개→11개' 거꾸로 가는 안전상비의약품, 못 늘리나 안 늘리나
⑦ '24시간 운영' 제한만 풀어도 1.2만개 편의점에 '약'들어간다
⑧[르포]"30년째 문제없는데"…한국 편의점 상비약, 일본 1%에도 못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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