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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만원 구해요, 이자율 869%" 자발적 초고금리…왜

머니투데이
  • 권화순 기자
  • 이창섭 기자
  • 황예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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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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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50만 대부업 이용자, 어디로 갔나(上)

[편집자주] 대부업은 한때 수백% 고금리를 받고 불법추심하면서 서민 등치는 것으로 인식됐지만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서민의 급전창구 역할을 해온 엄연한 제도권 금융회사다. 하지만 한때 500만명 넘던 이용자는 최고금리 인하 이후 지난해 80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담보가 없으면 대부업 대출도 못 받는다. 대부업은 폐업위기에 몰렸고 150만명 저신용자는 갈 곳이 사라졌다.



굳게 잠긴 대부업 빗장…"이자율 869%" 떠안겠다는 서민들, 왜


①최고금리 인하 6년, 신용대출 문닫은 대부업체

대부업 대출잔액 및 이용자 수 추이/그래픽=윤선정
대부업 대출잔액 및 이용자 수 추이/그래픽=윤선정
법정 최고금리 추이/그래픽=윤선정
법정 최고금리 추이/그래픽=윤선정
"150만원 구해요. 2주안에 200만원 상환하겠습니다."(연 이자율 869%)
"30만원 빌려 주시면 2주안에 35만원 갚겠습니다."(연 이자율 434%)


전국 수 백여곳의 대부업 대출을 이용할 수 있는 한 대형 온라인 플랫폼에는 법정 최고금리 20%를 200배 초과하는 대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불법 사금융업체가 강요한 '살인적 이자율'이 아니다. 1~2주 안에 30만~200만원의 소액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글이다. 단기간에 갚으면 이자가 5만원으로 적어보이지만 연 환산 이자율은 400%가 넘는 '불법'이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갈 곳이 사라졌다. 2018년 이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자 '생사기로'에 놓은 대부업체들이 신용대출 빗장을 일제히 걸어 잠근 여파다. 6년간 약 150만명 대부업 이용자가 이탈한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가 지난해 3월 시행한 소액생계비대출로 약 18만명이 흡수됐지만 대부분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한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4조5921억원으로 2018년 상반기 17조4470억원 대비 3조원 가량 감소했다. 이 기간 대부업 이용자는 236만명에서 84만명으로 152만명 급감했다.


대부업 대출 잔액과 이용자가 지난 6년 동안 큰 폭으로 쪼그라든 이유는 이 기간 두 차례에 걸쳐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법정 최고금리는 연 27.9%에서 2018년 24%로, 2021년 20%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대부업 신용대출 잔액은 반토막 났다. 2018년 12조7334억원에서 2023년 상반기 6조171억원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금융당국이 조만간 발표하는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업체들은 저신용자들이 이용하는 신용대출은 사실상 중단하고 아파트 후순위나 자동차,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은 늘려왔다. 그 결과 신용대출 비중은 지난 6년간 73%에서 41%로 대폭 축소됐다.

대부업은 원래 신용점수 하위 10%의 저신용자 급전창구로 통했다. 1금융권인 은행은 물론이고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릴 수 없는 취약계층이 마지막 찾는 제도권 금융이다. 하지만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체조차 '본업'인 신용대출을 못하고 있다. 담보대출로 영업 모델이 빠르게 바뀌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강화한 이후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대부업체에서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아파트 후순위 담보 대출이 늘었다"며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고신용자가 대부업체 최선호 고객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부업체 평균 대출금리는 13.7% 수준으로 최고금리보다 6.3%P(포인트) 낮다. 최고금리 규제의 긍정적인 효과라기 보단 중신용자 이상을 대상으로 한 담보대출을 한 결과다.

대부업체 조달금리는 약 7~9%로 본다. 돈 떼일 위험인 대손비용은 약 10% 수준. 여기에 중개 수수료 비용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최종 원가는 최고금리인 20%를 훌쩍 넘는다. 최고금리 규제로 대출금리를 20% 넘게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손비용이 작은 담보대출을 선택한 것이다.

한 대형 대부업체 대표는 "이제는 대부업체에 가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걸 알기 때문에 예전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는다"며 "대부업 이용자 150만명이 줄어든 건 경제가 좋아서가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담보 위주로만 해야 하니까, 결국 저신용자는 대부업권을 떠나 사금융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르포]90명 직원이 반토막… 생존 위기 내몰린 대부업체 가보니


②-자산 1000억 대형사도 "살려고 담보대출"
대부업체 대출 금리 원가/그래픽=김지영
대부업체 대출 금리 원가/그래픽=김지영
"유리병을 돌로 채우려면 먼저 큰 돌과 자갈을 넣고 나머지는 모래로 채우잖아요. 대부업이 딱 그 '모래'에요. 은행과 2금융권이 챙기지 못하는 나머지 금융 소외자를 위한 곳이죠."

대부업체 대표의 말이다. 서민과 취약 계층의 마지막 제도권 '돈줄'이 사라질 위기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부업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한 대부업체 대표인 A씨는 자산 규모 1000억원 이상의 대형사임에도 업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한파를 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 회사 사무실은 '대부업체'라는 선입견과 거리가 멀었다. 파티션으로 나뉜 사무 공간에서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보통 회사와 다르지 않았다. 한쪽 벽에 놓인 각종 상패와 표창장은 오히려 '좋은 회사'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무실 안쪽의 대출 심사 부서에선 분주하게 대출 상담이 이뤄지고 있었다. 13명 직원이 각각 하루에 20건 이내의 대출을 심사한다고 A씨는 설명했다.

부산스러운 대출 심사 쪽과 달리 채권 추심 부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크고 고압적인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추심 절차가 강화돼 차주와 하루에 두 번 이상 통화할 수 없어서다. A씨는 "우리끼리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추심 부서가 여느 대학교 도서관보다 조용하다고 한다"며 "핸드폰 컬러링 외엔 아무 소리도 안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불법 추심은 이제 없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사채업자가 자행하는 불법으로 대부업 인식이 좋지 않아 억울해했다. 그는 "2006년 처음으로 대부업권에 왔을 때는 욕설이나 고함 등이 다반사였지만 지금은 건실한 대부업체 중에선 불법 추심이라고 불릴 만한 게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현재 A씨 회사에는 48명의 직원이 일한다. 한때 90명에 달했지만 대부업계가 어려워지면서 절반으로 줄었다. 대부업 위기의 원인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내린 이후 대부업계는 역마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A씨는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에서 평균적으로 8% 금리로 조달하고 연체에 따른 대손비용은 평균 10%, 여기다 중개 수수료 3%를 더하면 21%가 나온다"며 "관리비용으로 4~5%까지 더하면 사실상 금리 원가가 24~25% 수준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평균 8% 조달 금리도 대형사라서 가능했다. 영세한 대부업체는 조달금리가 두 자릿수다. A씨는 자신들이 그나마 대형사라서 쌓아놓은 자본으로 운영하며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자본에 여유가 없는 영세한 곳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부업체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전략은 '담보 대출'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전체 대부업 대출액의 59%가 담보대출이었다. 주로 아파트, 자동차 등 시세 파악이 쉬운 자산이 담보로 잡힌다. 최근에는 전세보증금을 담보로도 대출이 나간다. A씨는 "담보대출은 10~20% 이상으로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자기자본 없이는 신용대출에선 100전 100패다. 살아남기 위해서 담보대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대부업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 등 금융 취약 계층이다. 연체율 상승 등 어려워진 업황에 최근 대부업계는 우량 고객 위주로만 대출을 내준다. 대출 승인율도 예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고 한다. A씨는 "한때 대부업 이용자 수가 500만명까지 갔다고 하나 지금은 80만명 왔다 갔다 한다"며 "대부업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 대부분이 사채 시장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우린 어디서 돈 빌리라고" 대부업마저 퇴짜…사채 내몰린 저신용자 비명


③카드론·저축은행도 외면한 150만 저신용자 행방은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상담·신고 건수/그래픽=최헌정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상담·신고 건수/그래픽=최헌정
대부업체를 비롯해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이 모두 법정 최고금리의 벽에 막혀 신용대출을 '셧다운'하면서 150만명의 최저신용자가 불법 사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체 중금리 대출을 신규로 취급한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500점대 구간에게 대출을 내준 저축은행은 11개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16개에서 31% 줄었다. 이 기간 중금리 대출 신규 취급액은 1조6685억원에서 1조7969억원으로 8% 늘었다. 저축은행이 대출을 재개하기 시작했지만 저신용자의 대출 문턱은 외려 높였다는 의미다.

2금융권의 셧다운은 대부업체가 대출을 중단한 기간과 맞물려 발생했다. 대부업체가 대출을 멈추면서 대부업체 이용자는 2018년 237만명에서 지난해 상반기 85만명으로 150만명 넘게 감소했다. 대부업체를 비롯한 2금융권이 대출을 중단한 건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됐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금융권의 대출 금리는 1금융권과 달리 금리 인상기 전에도 10%대로 형성돼 있었다.

대부업체를 운영하던 OK금융그룹이 원캐싱·미즈사랑과 1위 대부업체 러시앤캐시를 시장에서 잇달아 철수한 것도 대부업체 이용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0월 OK금융그룹은 러시앤캐시의 대부업 면허증을 반납하면서 대부업을 영위하던 3개 자회사를 완전히 정리했다. 2018년엔 원캐싱이, 2019년엔 미즈사랑이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서 밀려난 최저신용자가 카드론이나 사잇돌·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으로 흡수됐다는 분석이 있지만 실상은 반쪽짜리다. 국내 9개 카드론 잔액은 지난 4월 39조9644억원을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으나 저신용자보단 상대적으로 우량한 1금융권 고객의 유입이 카드론 잔액 증가에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카드사가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우량한 고신용자 위주로 카드론을 내주고 있어서다.

정책금융상품이 대안이나 예산이 한정적이어서 저신용자를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소액생계비대출은 지난 5월말 기준 총 18만2655명(24만7519건)이 이용했다. 지원 금액은 1403억원에 그친다.

결국 대부분의 최저신용자는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해 상반기 금융감독원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피해 상담·신고 건수는 6784건이었다. 2022년 한해 동안 접수된 건수가 1만913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속도로 피해가 늘고 있다. 피해 건수는 △2019년 5468건 △2020년 8043건 △2021년 9918건 등으로 증가하고 있다.

유혜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부업체를 비롯해 2금융권이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을 줄이거나 아예 취급을 안 하고 있다"며 "당장 돈이 필요한데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절박한 마음에 등록 대부업체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이런 과정을 거쳐 불법 추심이나 협박을 당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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