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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모빌리티와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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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1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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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교 교수(서울대 행정대학원)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거가 나갑니다 따르르릉 저기 가는 저 노인 꼬부랑 노인 우물쭈물하다가는 큰일 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런 노래를 듣고 부르며 자랐기 때문일까. 요즘도 사방에서 마주치는 자전거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오토바이와 킥라니(전동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는 물론 전동자전거까지 가세하면서 보행자는 더욱 위축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두 발 달린 모빌리티를 압도하는 게 네 발 달린 자동차다. 인도에서는 흉기가 될 수 있지만 도로 위 네 바퀴 모빌리티 앞에선 두 바퀴 원동기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물론 네 바퀴 세계에도 서열은 있다. 경차는 중형차 앞에서, 중형차는 대형차 앞에서 꼬리를 내린다. 여하튼 양보는 자신이 알 바가 아니라는 듯 많든 적든, 크든 작든 간에 바퀴들은 도로나 인도를 내달린다. 과속이나 신호위반 단속 카메라만이 이들의 천적이다.

모든 운송수단을 죄악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인류의 역사는 모빌리티의 역사이기도 하다. 대략 기원 전 3500년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바퀴와 수레의 발명으로 시작된 모빌리티 혁명은 인류 문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이동본능을 가진 인류에게 모빌리티는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문제다.


서울대 김화진 교수가 최근 출간한 '지정학과 모빌리티'에 따르면 모빌리티 수단을 장악하는 자가 권력과 부를 장악한다. 이동성이 높은 사람이나 집단이 더 많은 기회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모빌리티는 다양한 정보와 자원을 얻는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바꿔 말하면 운송수단의 통제는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권력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군대의 이동과 물자수송 능력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역사적으로 군사강국은 운송수단과 기술을 장악했다. 고대와 중세에 걸쳐 지중해를 지배한 그리스와 로마의 범선인 갤리선, 한때 세계를 제패한 몽골의 기병,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든 영국의 증기선과 증기기관차, 지구 곳곳에 막강한 군사력 투사를 가능케 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등극시킨 내연기관과 원자력 추진기술 혁명이 그렇다. 상품과 자원의 이동에 필수적인 도로, 항구, 철도, 공항 등 주요 운송허브를 통제하는 것은 그 국가나 집단에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준다.

운송수단은 정보와 문화의 전파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를 통제함으로써 특정 정보나 문화, 그리고 사상이 보급되는 방식과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사람과 상품의 이동을 원활하게 하는 물리적 모빌리티의 혁신을 주도하지만 역설적으로 디지털 모빌리티는 철저히 통제한다. 중국발 모빌리티 리스크는 새로운 지정학 경쟁을 초래한다. 자율주행차, 전기차, 드론 등 물리적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 데이터 흐름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은 물론 여러 국가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모빌리티는 곧 권력이다. 한 가지 큰 차이라면 무정부성을 특징으로 하는 국제정치에서 모빌리티 권력을 쥔 국가로부터 약소국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는 점이다. 하여 모빌리티를 우습게 보지 말지어다. (구민교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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