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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선장 죽이자"…피로 물든 인도양 위 회식 전말[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 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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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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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16년 6월 20일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원양어선 광현803호에서 베트남 선원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 다음날인 21일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광현 803호가 소말리아 모가디슈 동방 930마일 해상에서 세이셀 군도 빅토리아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제공
한국 원양어선 광현 803호에서 한국인 선장과 기관사를 살해한 베트남 선원 2명이 2016년 6월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도착해 압송되고 있다. /사진=뉴스1
2016년 6월20일 새벽 2시쯤.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 배 안에서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이 베트남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현 803호는 인도양에서 조업하기 위해 2015년 2월 부산항을 떠났다. 배에는 한국인 선원 3명, 베트남 선원 7명, 인도네시아 선원 8명 등 총 18명이 타고 있었다.




선내 회식서 선장과 시비 붙어…"본국 돌아가" 말에 뺨 때리기도


2016년 6월 24일 세이셸 군도 내 빅토리아항에 입항한 광현803호./사진=뉴스1, 부산해양경비안전서
2016년 6월 24일 세이셸 군도 내 빅토리아항에 입항한 광현803호./사진=뉴스1, 부산해양경비안전서

배는 사건 11일 전인 6월9일 세이셸 군도 빅토리아항에서 인근 어장으로 출항했고, 이후 선내 회식을 하던 중 사건이 벌어졌다.

회식은 선상에서 미끼 작업을 하는 선원을 격려하기 위해 선장(당시 43세)이 마련한 자리였다. 선원 18명 중 13명이 함께 했다.

양주 5병에 수박 등이 함께한 회식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취기가 오른 베트남 선원 A씨(당시 32세)와 B씨(당시 32세)가 장난을 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A씨와 B씨는 선장에게 베트남어로 '건배'를 뜻하는 '요'(Yo) 와 'Captain Very Good' 등의 말을 했고, 마치 조롱하는 듯한 말투에 선장은 이를 욕설로 오해했다. 선장은 장난을 멈추라고 지시했지만 두 사람이 말을 듣지 않자 다툼이 시작됐다.

이에 선장은 평소 불성실했던 A씨와 B씨의 태도를 지적하며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호통을 쳤다. 두 사람은 사건 한 달 전인 2016년 5월9일 배가 세이셸 군도에 정박했을 때 휴대폰 수리를 이유로 선박에서 무단으로 이탈한 바 있었다.

선장의 말에 발끈한 두 사람은 선장과 몸싸움을 벌였고, B씨는 선장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싸움을 말리는 동료 선원도 폭행했다.



선장에 앙심 품은 베트남 선원 둘…선장·기관사 잔혹 살해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광현 803호에서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베트남 선원들이 2016년 7월 5일 부산해경 부두에 정박한 100여톤급 방제정에서 몸싸움 중 선장의 목을 잡고 살해하던 순간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광현 803호에서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베트남 선원들이 2016년 7월 5일 부산해경 부두에 정박한 100여톤급 방제정에서 몸싸움 중 선장의 목을 잡고 살해하던 순간을 재연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동료 선원들의 제지 끝에 상황이 일단락되자 선장은 A씨와 B씨에게 조타실로 모일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화를 삭이지 못한 A씨와 B씨는 선장에게 앙심을 품고 다른 베트남 선원들에게 흉기를 들이밀고 위협하며 "선장을 죽이자"고 제안했다.

놀란 선원들이 흉기를 바다로 던져버렸으나 A씨는 부엌에서 또 다른 흉기를 들고 왔다. 결국 A씨는 B씨에게 붙잡힌 선장을 여러 차례 찔러 살해했다.

이후 A씨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기관장(당시 42세)까지 살해하겠다며 그가 기관장 침실로 향했고, 자고 있던 그를 8차례 흉기로 찔렀다. 기관장이 죽지 않고 버티자 발목을 자르는 잔인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뒤늦게 선장과 기관장의 피습 사실을 알게 된 선원들은 선실에서 쉬고 있던 항해사(당시 50세)에게 알렸다. 두 사람은 항해사까지 해치려 했으나 상당한 무도 실력을 갖추고 있던 그에게 제압당했고, 선실에 감금됐다. 이들이 흥분 상태를 가라앉히고 난 뒤에야 선내는 질서를 되찾았다.

2016년 6월 20일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원양어선 광현803호에서 베트남 선원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 다음날인 21일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광현 803호가 소말리아 모가디슈 동방 930마일 해상에서 세이셀 군도 빅토리아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제공
2016년 6월 20일 인도양에서 조업 중이던 한국 원양어선 광현803호에서 베트남 선원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사건 다음날인 21일 부산해양경비안전서는 광현 803호가 소말리아 모가디슈 동방 930마일 해상에서 세이셀 군도 빅토리아항으로 이동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부산해양경비안전서 제공

항해사는 이후 부산에 있는 선사에 상황을 알렸고, 항해사의 보고를 받은 선사는 이를 해양경찰에 신고했다. 이에 해경은 유가족과 선사 관계자, 수사팀을 선박이 입항 예정이던 세이셸 군도로 급파했다.

항해사는 같은 베트남 국적의 다른 선원의 동요를 막기 위해 흉기에 다친 살해범 B씨의 손을 치료해주는 등 살해범 2명을 다독였고, 덕분에 광현 803호는 특별한 동요 없이 24일 빅토리아항에 무사히 입항했다.

해경 수사팀은 입항한 배에 올라 A씨와 B씨의 신병을 확보했고, 항공편을 이용해 그달 30일 한국으로 압송했다.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발끈…왜 살해했나


A씨와 B씨는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선장의 말에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은 앞서 휴대폰 수리를 이유로 선박을 무단으로 이탈한 바 있었다. 베트남 선원들은 배에 오르기 위해 베트남 4인 가족 1년 생활비에 달하는 300만원을 선사에 보증금으로 납부했는데, 무단 이탈 등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를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피의자들은 선장의 지시로 배 항로가 변경되자 하선할 것이란 두려움을 느끼고 선장의 등, 머리, 가슴, 팔 등을 36회 찔렀고, 기관장의 양팔, 얼굴, 옆구리, 발, 머리 등을 28회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두 사람은 고종 사촌지간으로 2015년 2월부터 1년 4개월 넘게 광현 803호에 타고 있었다. 이들은 평소에도 다른 선원과 어울리기보다는 둘이서만 가까이 지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1996년 열악한 작업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한 중국 동포 선원들이 한국인 선원 7명 등 모두 11명을 살해한 '페스카마호 사건'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발생한 국내 원양어선 살인 사건이었다.

이에 선내 질서가 무너지고, 항로 이탈 등이 발생하는 '선상 반란'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으나 사건 이후 다른 선원들의 동참이 없었던 점, 배가 항구를 향해 정상 운행되고 있는 점 등을 미루어 음주 후 우발적인 살해 사건으로 파악됐다.

해경과 검찰은 A씨와 B씨를 살인 및 특수폭행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A씨에게 살인 혐의만 인정해 무기징역을, B씨에겐 특수폭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A씨는 선장과 기관장을 연달아 무참히 살해하는 등 범행 결과가 매우 중대하고 반인륜적이다. 범행 수법 또한 매우 잔혹하고 피해자들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어 이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과 A씨는 판결에 불복해 상소했지만, 원심판결을 유지한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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