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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대증원, '팩트'보다 중요한 '공감'

머니투데이
  •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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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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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유럽에서는 자궁 내 태아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임산부가 정기적으로 X선을 찍었다. 지금은 태아에게 방사선을 쏘이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여기지만, 당시 의사들은 X선에 과다하게 노출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여의사인 앨리스 스튜어트는 이런 통념을 뒤집었다. 저용량 방사선도 백혈병 등 소아암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 10세 이전 발생한 소아암은 임신 초기 산모의 X선과 명확한 연관성이 있다는 게 그의 연구 결과였다. 1956년, 이런 내용의 논문은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저널인 '란셋'(The Lancet)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하지만 그의 '과학적인' 주장은 20년 가까이 의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초기 의사들은 X선이 태아에게 안전하다는 증거만 보려고 했다. 자신의 선택이 태아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팩트)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듭된 연구에서 위험성이 반복적으로 증명됐고 지금은 임신과 유아기 X선 촬영이 대폭 축소됐다.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4개월이 됐다. 그동안 의사와 정부는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를 두고 서로 '팩트' 전쟁을 벌였다. 정부는 2035년 의사가 1만명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의사들은 인구 구조 변화와 의료 질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통계와 연구, 전문가 발언이 '과학적인 근거'로 다뤄졌다.

그런데, 과학적인 팩트를 아무리 제시해도 상대방을 설득하긴 매우 어렵다. 100% 일치하는 의견은 세상에 없기에, 각자의 주장을 반박할 근거는 어떻게든 나온다. 오히려 '팩트'만 내세울수록 의대 정원 증원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이 더 강해질 뿐이다. 의료 전문가만이 아니라 행정 전문가 역시 확증편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설득은 팩트보다 공감에서 시작된다. 환자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이 똑같은데 나쁜 의사, 나쁜 정부가 있을 리 없다. 날 선 발언과 비난은 멈추고 중단된 의정 간 대화를 재개해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부터 해야한다.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박정렬 바이오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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