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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갈 성적 안 돼 의대 가던 시절…이젠 왜 의사 안했냐 묻더라"

머니투데이
  •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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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6.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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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박충권 의원실 주최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 토론회'
이공계 이탈 막으려면 … "과학기술인으로서의 자부심 높일 환경 만들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대전 유성구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제공)
21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학기술 살리기 프로젝트 #1: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손지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기획조정본부장. /사진=박건희 기자
#1990년 대입을 앞둔 어느 날. 담임 교사는 상위권 이과 학생에게 "네 성적이 불안하니 안전하게 의예과에 지원하는 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그는 결국 다음 해 수능을 다시 치렀고, 성적이 안정되자 담임 교사가 말했다. "이제 안정 지원하지 않아도 되니 의예과 말고 네가 쓰고 싶은 학과를 지원해라. 최고점 공대까지도 가능할 것 같다."

재료공학자 손지원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기획조정본부장의 고3 시절 이야기다. 그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과학기술 살리기 프로젝트 #1: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 토론회'에서 이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다들 '그 좋은 성적으로 왜 의대를 안 갔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AI(인공지능), 양자기술 등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는 '기술 패권 시대', 이공계 인재 수요는 커지지만 학령 인구가 줄어들면서 이공계 진학률을 비롯해 연구 인력이 크게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속속 나온다.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이날 "과학기술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과 연구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대 입학 정원이 증원되며 최상위권 이공계 학생이 의대로 쏠리는 이른바 '의대 블랙홀'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지만, 이것이 "연구 인력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 만성적 경제 불황을 겪으며 고소득·명예를 보장하는 '의치약한(의대·치대·약대·한의대)'에 대한 선호가 심화한 지 오래, 과학자가 되려면 의사 이상의 공부량과 시간이 요구되지만, 그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보상 체계는 턱없이 부족했다는 것.



과학자는 '전문직'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대전 유성구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대전 유성구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2024년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통령실 제공)

손 본부장은 "이공계 박사라는 길을 선택할 경우 존중받을 수 있는 직업은 교수뿐"이라는 시각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학부-대학원-박사-교수·연구원'이라는 단일 성장경로 외에는 일자리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2021~2022년 박사학위 취득 후 취업한 이공계 인력 중 54.6%는 산업계로 갔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졸업 2년 후에도 박사후과정에 잔류하는 인원이 65.3%에 달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 산업계로 이어지는 연결성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는 "연구자는 전문직으로 간주하지 않은 듯하다"고 말했다. 손 본부장은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직의 경우 정년이 65세에서 61세로 줄었고 임금피크제 적용을 받는 데다, 사기업 연구직은 경제불황을 거치며 명예퇴직을 겪게 됐다"며 "사회는 명예와 고소득을 더욱 중시하게 됐지만, 연구자의 직업 안정성은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연연 연구자들조차 자신이 원해서 과학기술계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고 자부심이 자꾸 깎이니 기회가 되면 이공계를 이탈하려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제1차관도 참석했다. 이 차관은 "2004년 이공계 지원 특별법이 제정돼 이공계 분야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정책의 추진 근거가 됐지만, 지금은 사회가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이공계 학과로 진학한 인구는 16만명이었지만 2040년엔 10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1%의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해외의 우수 인력이 한국으로 돌아와 기여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서울대 재료공학 석박사를 거쳐 박사후연구원 8년, 기업연구소 연구원으로 7년을 재직했던 이공계인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이공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로 발의했다. 박 의원은 "법이 이공계가 처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할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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