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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놓고 이방인 취급?" 고려인 5000여명 사는 '이 동네' 가보니[르포]

머니투데이
  • 광주광역시=김온유 기자
  • 제천(충북)=이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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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7.1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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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노믹스가 바꾸는 지역소멸]④충북 제천

[편집자주] 흉물 리모델링·님비(기피·혐오)시설 유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Innovative Ideas)'를 통해 지역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를 활성화하는 'I-노믹스(역발상·Inverse concept+경제·Economics)'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비영리단체(NGO) 등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역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재래시장과 빈집, 발길 끊긴 탄광촌과 교도소, 외면받는 지역축제 등이 전국적인 핫플(명소)로 떠오르면서 지방소멸 위기를 타개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직접 이런 사례를 발굴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마을 모습/사진=김온유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 마을 모습/사진=김온유 기자
각 지역마다 고려인 유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미 형성된 일부 고려인 사회는 지역사회와 융화하지 못하고 단절돼 가는 모습이다. 대한민국이 저출생에 따른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만큼 고려인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고려인 집단거주지 상황을 들여다보기 위해 약 5000여명이 살고있는 광주광역시(이하 광주) 월곡동을 직접 찾았다. 2000년대 초반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소수의 고려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한 지역으로, 2014년 마을 공동체로 자리 잡았다. 이 마을에는 러시아어 간판으로 된 가게가 즐비해 있고, 거리에는 고려인 외에 내국인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일부 가게들은 간판에 한국어를 병용해 달았지만, 사실상 고려인들만 드나들고 있었다.


고려인 마을이 형성된 지 10여년이 지난 현재는 기존 주민들은 떠나고 고려인 포함 외국인들만 남은 상황이다. 인근에 위치한 공단에 외국인 취업자가 늘면서 고려인 외에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밤이 되면 만날 수 있는 외국인들의 수가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치안이 불안해졌고,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북적였던 원주민들이 하나 둘 월곡동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광주 고려인 마을에 3대가 함께 살고있는 우즈베키스탄의 50대 여성 A씨는 "이런 인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고려인 외에도 베트남 등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일으키는 문제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고려인들의 경우 재외동포이면서 가족단위로 살고 있기 때문에 교육도 많이 하고 사고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고려인들이 우리에게 친숙하다고 전제하는 정부의 인식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는 "고려인들도 러시아로 가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하니까 한국으로 오는 것"이라며 "고려인 역사에 무심했으면서 단순히 같은 핏줄이라고 익숙하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이 술먹고 사고치는 것은 우리가 외국 나갈 때 교육받는 것처럼 그들에게도 기본 예절을 가르쳐주면 될 일"이라며 "그들이 강제로 구 소련 지역으로 이주됐단 것을 인정하고 이념적으로 배척할게 아니라 서로가 교육받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그들의 행태만으로 배척하지 말고 잘못된 것을 알려주고 바로잡아야 한단 것이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고려인들의 뿌리가 영·호남에 많았기 때문에 먼 친척들을 다시 찾아주는 것도 융화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마을 모습/사진=김온유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월곡동에 위치한 고려인마을 모습/사진=김온유 기자
결국 문화적인 차이로 고려인과 지역사회가 융화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고려인들은 국적 취득이 우선이란 설명이다. 8년째 광주에 거주 중인 30대 고려인 B씨도 "영주권에 필요한 소득 기준이 너무 높다"고 하소연한 뒤 "국가가 우리에게 특별한 지원을 해준다 느껴지지 않고 진정성도 의심된다"며 "이번에 낳은 고려인 4세 아이를 생각하면 관심을 더 갖고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려주고 교육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A씨도 "할머니가 '한국 땅을 밟아봤으면 좋겠다'며 우는 모습을 많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정착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다"며 "우리는 이곳 생활이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돌아가겠단 말을 하지 않을 만큼 한국에 애정이 깊다"고 말했다.

문병기 이민정책학회장은 "우리가 필요해 불러놓고 체류 과정을 비현실적으로 만들고 귀화해서도 이방인 취급하는 정서적인 분위기가 있다"며 "인구가 줄어 사람이 모자라니 정착하는데 낭비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도 방향을 바꾸고 있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고려인들도 우리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한편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외국국적 동포 중 고려인은 △우즈베키스탄 4만3320명 △러시아 3만8369명 △카자흐스탄 2만2426명 등이다. 고려인 마을은 광주 외에 △경기 안산 선부동 땟골마을 △인천 연수동 함박마을 △충북 청주 봉명동 등이 있고 △충북 제천도 고려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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