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치료 중 코로나19 사망…"유족연금·장의비 달라" 법원 판단은?

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은 근로자가 장기 치료를 받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하더라도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최수진)는 정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씨의 남편 안모씨는 2018년 6월11일 단독주택 공사현장에서 벽면 잔존물 제거를 위해 담벼락에 올라 작업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안씨는 불완전 척추손상 등의 부상을 입었다. 이에 그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고 병원에서 2019년 10월24일까지 관련 치료를 받았다.

안씨는 당시 장해등급 제5급 제8호 판정을 받았다. 노동능력이 일반인의 4분의 1 정도만 남은 상태였다.


안씨는 후유증으로 병원에 또다시 입원해 치료받던 중 2022년 1월29일 코로나19에 확진됐고, 감염 두 달 뒤인 같은 해 3월28일 숨졌다.

부인 정씨는 안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안씨의 요양이 종결된 후 임의로 진료를 받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됐고, 그로 인해 발생한 폐렴이 악화해 숨졌기 때문에 상병(업무상 재해)과 관련 없는 업무 외적 요인으로 숨졌다고 판단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이에 정씨는 공단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안씨의 코로나19 감염 또는 악화와 상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의 역시 '망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은 그 당시의 상황으로서는 어느 구체적인 한 가지 이유에 근거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불가항력적인 천재지변의 상황으로 봄이 상식적이다'라는 소견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병원 내에서의 감염 위험은 모든 환자에게 존재하는 것으로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으로 보긴 어렵다는 취지다.

안씨가 요양을 종결한 뒤 받은 치료의 성격도 기각 사유가 됐다. 재판부는 "병원 내원기록지에 상병 치료를 위해 내원했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긴 하지만 망인은 요양 종결 시점부터 약 2년3개월이 지난 후에 병원을 내원했다"며 "망인은 이 사건 기승인 상병을 직접적으로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요양종결 후 증상 고정으로 인해 잔존하고 있는 후유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내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