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피의 대선'…"부정선거" 불복 시위로 16명 사망

베네수엘라에서 현직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3연임으로 결론이 난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시민들이 사흘째 반기를 들고 거리로 나왔다.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시위가 격해지면서 인명 피해도 커지는 양상이다.

[발렌시아=AP/뉴시스] 30일(현지시각) 베네수엘라 발렌시아에 있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의 동상이 대선 불복 시위대에 의해 파괴돼 바닥에 떨어져 있다.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대통령 선거 부정 의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틀째 이어져 700명이 구금되고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2024.07.31.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대선 개표 부정 의혹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이날 기준 최소 16명이 사망했다. 정부가 군과 경찰을 동원해 시위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번 시위를 '야당이 획책한 쿠데타'라 규정했다. 대선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 정치인 등 시위자 750여명을 구금했다.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경우에 따라선 테러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발단은 지난 28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날로 넘어가는 29일 0시쯤, 80%가량 개표 시점 마두로 대통령이 득표율 51.2%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개표 결과가 이전의 여론조사 및 출구조사 결과와 정반대로 나오면서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졌는데, 선관위는 여전히 최종 개표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함께 "투표소 단위로 완전하고 투명하며 상세한 투표 데이터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입장을 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마두로 정권을 향해 평화 시위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국가와 달리 러시아는 친러시아 성향인 마두로 정권을 두둔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베네수엘라 야당이 이번 선거의 승자를 축하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마두로 정권에 대한 신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주요 원유 생산국인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는 유가에 영향을 미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