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맞서 식량주권 지켜 내야죠"

권영호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논이용작물과 농업연구사 /사진=정혁수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 논이용작물과 권영호 농업연구사는 지구온난화에 맞서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에 날을 지샌다. 벼 재배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시키는 것은 물론 다수량 벼 품종을 개발해 식량안보에 크게 이바지 하는게 주된 관심사다. 그는 세계 최초로 벼 육종을 통해 논 온실가스 감축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권 연구사는 "최근 심해지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농업 연구가 갈수록 중요해 지고 있다"며 "식량원 소속 연구자로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자를 활용해 '비GMO 방식'으로 메탄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벼 품종을 개발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메탄가스 감축을 목적으로 하는 벼 개발 연구는 그동안 각국에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 졌다. 스웨덴의 경우 2015년 보리 유전자를 벼에 도입해 GMO(유전자변형체) 광합성 동화산물을 씨앗으로 많이 가게 하고, 뿌리로 적게 가게함으로써 메탄을 줄일 수 있다는 논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하지만 GMO를 허용하는 일부 국가와 달리 국내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어 현장에 적용할 수 없었다. 권 연구사가 자연에 존재하는 유전자 중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자 찾기에 나선 이유다.

권 연구사는 메탄을 줄일 수 있는 유전자로 'gs3'를 밝혀내고 이를 영남지방에서 많이 재배되는 새일미에 적용해 메탄저감 기능을 갖춘 벼 '밀양 360호'를 만들어 냈다. 밀양 360호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메탄발생량이 새일미 대비 16%가 줄었고, 비료를 50% 줄일 경우 새일미 대비 24%까지 메탄발생량이 감소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해 11월 기후분야에서 국제적 권위를 자랑하는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지에 소개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각국 농업연구기관으로부터 공동연구 등 다양한 협력제안이 들어올 정도였다. 특히 앞서 GMO를 만들어 메탄 저감 연구를 주도해 온 스웨덴농업대학(Swedish Agricultural University)도 권 연구사와의 공동연구를 요청해 왔다.

권 연구사는 몇 해전 같은 직장 동료와 결혼한 '부부 연구사'이기도 하다. 부인 차진경 연구사는 밀 자급률 향상을 위한 밀 육종연구에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차 연구사는 육종기한을 46% 단축시킬 수 있는 밀 스피드브리딩(Speed Breeding) 시스템을 개발, 2022년 글로벌농업기술협력상(개인부문)을 받기도 했다.

권영호 연구사는 "메탄가스를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새로운 벼 육종기술과 관련 국립식량과학원이 이 분야를 선도하게 돼 너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더 고도화함으로써 식량안보는 물론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농업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