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용'인데 흉기로 쓰인 '일본도'…도검류 관리 이대로 괜찮나

/사진=최지은 기자

현행법상 도검은 총기류에 비해 소지 허가 기준이 까다롭지 않다. 서울 은평구 '일본도 살인사건'의 피의자도 해당 도검을 장식용으로 허가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검류 관리 체계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밤 은평구 아파트에서 백모씨(37)는 친분이 없는 이웃 주민 김모씨(43)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가 나를 지속해서 미행하는 스파이라 생각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백씨는 올해 1월 '장식용'으로 관할 경찰서에서 도검 소지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갖고 있던 일본도는 칼날 길이만 80㎝, 총길이 120㎝ 장검이었다.

장식용으로 소지를 허가받았지만 흉기가 된 것이다. 이런 잠재적 위험성에 도검 소지에 관한 현행법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에 따르면 도검(칼날 길이 15㎝ 이상)을 소지하려면 관할 경찰서장 허가가 필요하다. 일회성 허가만 받으면 누구나 장식용으로 소지할 수 있는 셈이다.


허가 이후에 대한 별도 규정도 없다. 3년마다 허가 갱신해야 하는 총포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허가 갱신은 필요 없지만 경찰은 매년 도검 일제 점검을 진행한다. 심신상실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자, 뇌전증 환자는 도검 소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 또는 면제된 날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A씨(37)는 올해 점검 대상에서는 제외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에 따르면 도검 일제 점검을 매년 6~8월 시행되지만 1996∼2000년 허가 소지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백모씨가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A씨는 정신과 치료 이력이 전무했지만, 평소 아파트에서 소란을 종종 피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인근 주민들은 "A씨가 대기업에서 퇴사한 후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소리를 지르고 욕설했고 일본도를 들고 놀이터로 나가 아이들에게 '칼싸움하자'며 말을 걸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전문가들은 꾸준히 도검류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김용판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도검소지자의 갱신 의무를 포함한 개정안을 추진했지만, 임기가 끝나며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서부지법은 살인 혐의를 받는 백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취재진 앞에 모습을 드러낸 백씨는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이 없냐"는 취재진의 말에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 듯 짧게 "없다"고 답했다.

경찰청은 이달 31일까지 전체 소지 허가 도검 8만2641정에 대해 전수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