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협회장은 국민욕받이…내 업적, 10점 만점에 8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자서전에서 "협회장은 국민 욕받이"라고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지난 업적을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자평했다. /사진=뉴스1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이 자서전에서 "협회장은 국민 욕받이"라고 토로하면서도 자신의 지난 업적을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자평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발행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에서 협회장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도덕성과 인내심, 참을성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협회장은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주요 대회에서 대표팀이 부진하면 온 국민의 원성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인내심과 참을성이 필요하다. 어느 종목도 국가대표팀 성적이 나쁘다고 회장 퇴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럴 때마다 축구협회장이나 국가대표팀 감독은 '국민 욕받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은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회고록 ‘축구의 시대’가 출간돼 판매되고 있다. ‘축구의 시대’는 정 회장이 축구 인생 30년을 되짚어 보며 작년 여름부터 집필한 책이다. /사진=뉴스1

정 회장은 클린스만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이 ▲역대 한국 지도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고 ▲전 세계 어느 협회장이나 유명 클럽과도 접촉할 수 있는 셀럽인데다 ▲국내 축구계가 가진 '유리천장'을 깨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빅리거 비중이 높아지는 우리 대표팀 현실에서 선수들 장악력도 기대할 만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클린스만 전 감독의 무전술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동의하지 못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 각자가 생각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명장 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도 전술의 3분의 1은 선수단에 맡긴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안컵 당시 이강인의 의견을 수용, 전술에 반영한 것 역시 클린스만 전 감독의 능력이라며 "막내급인 선수가 자유롭게 전술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협회의 승부조작 사면 파동 역시 언급했다. 그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한 뒤 한국 축구를 위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들고 싶었다"며 "과거 잘못으로 징계받았던 축구인들 가운데 충분히 벌을 받은 이들에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동참하고 봉사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회의 사면 결정에 대해서 팬들과 언론이 강하게 반대했다. 반대의 강도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셌다"며 "용서하지 못하는 자는 사랑도 못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