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벅·애플·테슬라…중국서 '미국의 자존심'이 꺾이는 방식

스타벅스 /서울=뉴스1

애플 아이폰에 이어 스타벅스도 중국 내 실적이 꺾인다. 단순한 중국 경기부진의 여파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중국인들의 애국소비 바람과 소비패턴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시장이 성숙단계에 이르면 국내 플레이어로 시장 주도권을 넘겨주는 중국 시장의 전통적 패턴이 미중 갈등 속에서 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커피는 스타벅스? 응. 이제 아니야1일 미·중 주요 외신에 따르면 스타벅스 2분기 중국 매출은 7억3400만달러(약 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 줄었다. 두 분기 연속 매출 감소 쇼크다. 동일매장(1년이상 운영된 매장) 매출은 14% 줄었고 동일매장 거래량과 고객단가도 각각 7%씩 줄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중국 토종브랜드 루이싱(瑞幸·Luckin)에 매출 1위자리를 내줬다. 그러면서도 매분기 전년 대비 성장은 이어갔다. 그러나 올 들어 1~2분기 모두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말 그대로 위기를 맞게 됐다. 경쟁사들의 성장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지난 2022년 '2025 중국 비전 전략'까지 세웠는데 별 소용이 없는 분위기다.

스타벅스는 지난 1999년 1월 베이징에 첫 매장을 설립한 이후 '차의 나라' 중국에서 커피시장을 '창조'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첫 해부터 무려 9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래도 공격적인 투자와 고급화 전략을 이어갔고 결국 중국 시장에 먹혔다. 스타벅스의 성장은 곧 중국 커피시장의 성장이었다. 중국 커피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800억위안(약 36조원)으로 커졌다.

그러던 스타벅스가 후발주자들의 저가공세와 배달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패턴 변화 속에서 흔들린다. 스타벅스 매출이 두 분기 연속 전년 대비 줄어든 것은 스타벅스가 중국에서 성장가도를 달리기 시작한 이후 최초다. 매장 확대 등 타개책을 발표했는데 경쟁사들의 매장 확대 목표는 더 공격적이다. 랙스만 나라시만 스타벅스 CEO는 "중국 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한 전략적 숙제"라고 말했다.


휘청이는 스타벅스가 걷고 있는 길은 여러모로 역시 미국의 대표 브랜드인 애플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애플 아이폰은 2분기 중국 판매순위 6위까지 추락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는 2분기 아이폰 중국 판매량이 약 970만대로 전년 대비 6.7% 줄었고 점유율은 16%에서 14%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비보(19%)나 오포(16%)는 물론 화웨이(15%), 샤오미(14%)에도 밀렸다.
애국소비 직격 애플 6위 몰락, 눈물의 할인 테슬라

[상하이=AP/뉴시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각) 중국 상하이에서 새로운 플래그십 애플스토어 '징안점' 개장식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애플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징안점'에 1160만 달러(약 155억4400만 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03.22.

올해 1분기 애플 매출은 908억달러(약 124조원)로 전년 대비 4% 떨어졌는데, 이 기간 중국 아이폰 판매량은 19.1%나 줄었다. 애플의 1분기 중화권 매출이 8% 줄어든 164억달러(약 22조원)였음을 감안하면 중국시장 부진은 두고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팀 쿡 CEO가 부랴부랴 상하이 신규 매장을 찾아 홍보에 나섰음에도 2분기 중국 실적은 여지없이 꺾였다. 애플 글로벌 실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애플의 몰락 뒤엔 미중갈등에 따른 중국인들의 애국소비 흐름이 있다. 양국 정부가 으르렁거리는 와중에도 중국인들의 아이폰 사랑은 굳건했지만 결국 정부까지 나서서 조장한 반(反)애플 정서가 시장에 침투하며 매출 하락이 가속화됐다. 공격적 할인을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중국 국내업체가 휴대폰 점유율 1~5위를 모두 차지한 건 사상 최초다.

일단은 톱 레벨 외국 브랜드를 받아들이고, 시장이 성숙해지면 로컬 브랜드들에게 주도권을 주는 중국 특유의 패턴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때 중국을 제패했던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가 그랬고 베이징 택시 시장을 폭스바겐과 함께 양분했던 현대차가 그랬다. 영광도 잠시, 한한령 속에 지금은 사업이 크게 위축됐다.

애플보다는 형편이 낫지만 테슬라의 중국사업 상황도 분위기가 묘하다. 테슬라는 2분기 글로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3% 줄었다고 밝혔다.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공격적 가격할인이었고, 이 가격할인을 불러온 게 바로 중국시장 부진이다. 테슬라 매출의 5분의 1이 중국에서 나온다. 2분기 중국 판매가 전기 대비 10.2% 늘어났지만, 전체 판매부진을 타개하기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 기업들을 '열받게' 하는 중국인들의 애국소비 불꽃은 다른 나라로도 옮겨붙을 조짐을 보인다. EU(유럽연합)와 중국 간 전기차 분쟁이 본격화하면서 그간 중국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던 독일 완성차 브랜드들을 보는 중국인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언제든 중국인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 강경하게 중국을 몰아붙이는 EU집행위원회를 보며 독일이 안절부절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