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함 그 자체' 韓 펜싱 여자 사브르, 사상 최초 단체전 은메달 '역대 최고 성적 쾌거' [파리 현장]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윤지수,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 선수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손에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값진 은메달을 획득했다.

윤지수(31·서울시청), 최세빈(24·전남도청), 전하영(23·서울시청), 전은혜(27·인천중구청)로 꾸려진 한국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4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대표팀과 2024 파리 하계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42-45로 석패했다.


이로써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은 비록 금메달을 눈앞에서 아쉽게 놓쳤지만, 세계 2위에 자리하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는 한국 여자 사브르 단체전 역대 최고 성적이다.

한국이 여자 사브르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건 개인전까지 포함해 이번이 세 번째였다.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김지연이 금메달을 따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단체전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번에 단체전에서 은메달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냈다.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아시아 국가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둔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중국 이후 한국이 두 번째다. 아직 아시아 국가 중 펜싱 여자 사브르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나라는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대표팀을 두고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 올림픽 동메달 멤버로 김지연, 서지연, 최수연, 윤지수가 활약했다. 하지만 그중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주장' 윤지수만 남은 채, 나머지 3명은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됐다.


윤지수는 어린 선수들을 잘 다독이며 팀을 훌륭하게 이끌었다. 후배들 역시 선배를 잘 따르며 팀워크를 구축했다. 올림픽 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며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지난해에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세계랭킹도 어느새 4위까지 점프했다. 경험 많은 윤지수가 많은 주목을 받는 속에 최세빈이라는 깜짝 스타가 등장했다. 앞서 사브르 개인전에서 윤지수는 16강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윤지수,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 선수(오른쪽)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 결정전 우크라이나와의 경기에서 은메달을 확정 지은 후 서로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윤지수,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 선수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최세빈은 16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8강에서는 대표팀 동료인 전하영마저 제압하며 준결승전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준결승에서 세계 랭킹 5위인 마농 아피티-브뤼네를 만나 패했고,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계 랭킹 6위 올가 하를란(우크라이나)에게 14-15로 석패했다. 비록 개인전에서 모두 메달을 따내지 못했지만, 분명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개인전에 이어 단체전에서도 한국의 강세는 계속됐다. 8강전에서 미국을 45-35, 10점 차로 제압하며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어 준결승전에서는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세계랭킹 1위 프랑스마저 격침시키는 이변을 일으켰다. 45-46, 9점 차로 비교적 여유 있는 승리였다.

그리고 이날 맞이한 우크라이나와 결승전. 우크라이나는 세계랭킹 3위의 강호였다. 그래도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잡으며 주도권을 좀처럼 빼앗기지 않았다.

한국은 1라운드에서 우크라이나의 에이스 올카 하를란에게 3-5로 패했으나, 2라운드에서 전하영이 10-8로 승부를 뒤집었다. 3라운드에서도 한국은 최세빈이 15-13으로 리드하며 2점 차를 유지했다.

한국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4라운드에서 전은혜가 5-1로 완승, 총 점수 차를 20-14, 6점 차로 벌렸다. 그러나 5라운드에서 최세빈을 상대로 올가가 9-5로 승리, 총점은 25-23, 2점 차로 좁혀졌다. 6라운드의 전하영과 알리나 코마슈츄크의 승부는 5-5 동점.

= 대한민국 펜싱 대표팀 (왼쪽부터) 최세빈, 윤지수, 전하영, 전은혜 선수가 4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사브르 단체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손에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

이제 운명의 7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최세빈이 율리아 바카스토바와 5-5 동점을 이뤄내며 여전히 35-33으로 리드를 유지했다. 8라운드에서는 전은혜가 5-4로 승리, 점수는 40-37이 됐다. 이제 마지막 남은 9라운드. 그러나 한국이 범실이 계속해서 나왔고, 올가 하를란이 8-2로 압승을 거두며 결국 우크라이나가 우승했다.

무엇보다 한국을 하를란을 막지 못한 게 뼈아팠다. 하를란은 한국을 상대로 홀로 22득점을 올리며 역시 에이스다운 활약을 해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최세빈은 "하를란이 원래 노련하기도 하고, 펜싱을 원래 잘하는 선수다. 우크라이나와 할 때 올가를 상대로 버텨주지 못한다면 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올가한테는 무조건 점수를 주지 말자고 했는데…"라면서 "그렇지만 전술 등 여러 측면에서 카를란이 더 차분했던 게 우리의 패인"이라고 짚었다.

한편 한국은 지난 1일 오상욱(27·대전광역시청), 구본길(35·국민체육진흥공단), 박상원(23·대전광역시청), 도경동(24·국군체육부대)으로 짜여진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단체전에서 값진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펜싱 사브르 여자 대표팀 프로필. /그래픽=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