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전기차 금지"…'불날라' 목소리 내는 아파트 입주자들

머니투데이

이민하 기자

올해 초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에 걸린 지하주차장 전기차 출입 금지 현수막. /사진=부동산 커뮤니티 캡

'전기차 지하주차·충전 금지합니다.' 최근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아파트 단지들에서는 입주민들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주차·충전시설 제한에 나섰다. 지상과 비교하면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전기차 화재는 인명·재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안전상의 이유에서다.

4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지역 500가구 규모의 한 아파트 단지는 이달 입주자대표회의를 열고 전기차 지하 주차장 출입 금지를 결의했다. 입주민 의결에 따라 지하 충전설비를 철걸 후 지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현재 지하 충전설비는 이용을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다른 지역 한 아파트 단지도 입주자대표회의를 거쳐 단지 내 전기차 신규 등록을 제한하기로 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단톡방에서도 입주민 간 아파트 내 전기차 충전 구역을 지하에서 지상 또는 그 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상황이다.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연간 신청 부동산 현황/그래픽=최헌정

전기차 주차·충전시설 설치는 의무사항이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100세대 이상 신축 공동주택은 주차 대수 5% 이상, 2022년 1월 28일 이전 건축허가를 받은 아파트는 2% 이상 범위로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전용 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지상이나 지하 설치 여부는 따로 정하지 않았다. 입주민 의결에 따라 지상 주차장 또는 별도의 공간에 설치할 수 있는 셈이다.

전기차 지하 주차·충전시설에 대한 우려는 이미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앞서 올해 초 경기 안양시의 한 아파트는 아파트 입주민 투표를 통해 지하 주차장 내 전기차 출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순천의 한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에 있던 전기차 충전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지상에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소방 당국도 전기차 충전시설의 지상 설치를 권고하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련 조례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전기차 배터리 연쇄 폭발 '열폭주' 현상, 지상보다 지하주차장 더 위험해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 지하 주차장 구조적 특성 때문에 화재 진압이 까다롭고, 유독가스 등 화재 연기 배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화재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일반적인 방식으로 진화가 어렵다. 한번 불이 나면 전기차 배터리가 연쇄적으로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온도가 용광로에 버금가는 1000도까지 올라간다. 일반 분말소화기를 사용하더라도 소화 분말이 리튬배터리 내부까지 미치지 못해 냉각 효과도 거의 없다.

전기차 화재도 매년 증가 추세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160건이다. 2018년 3건에서 2019년 7건,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으로 늘었다. 이 중 아파트를 포함한 다중이용시설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018년 0건에서 지난해 10건으로 증가했다.

한편 앞서 이달 1일 새벽 6시15분쯤 인천 청라 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1층에서는 충전 중인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나 입주민들이 대피했다. 처음 불이 시작된 전기차는 물론 주변에 있던 차량 40여대가 타고 100여대가 연기에 그을리는 등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불길은 8시간이 지난 오후 2시30분쯤 완전히 꺼졌다. 이 화재로 정전이 발생해 아파트 5개 동 480여가구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