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쌀 의무매입법' 당론 재추진...거부권 도돌이표 되나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일정 수준 이상 초과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양곡법) 등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본회의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던 법안을 재추진하는 것이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과 만나 "양곡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농안법), 탄소중립에 따른 한우산업 전환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한우산업법) 등 법안 3건에 대해 이견 없이 당론 채택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양곡법은 쌀 가격이 폭락할 경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매입해 정부관리양곡을 판매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지난해 3월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뒤 본회의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이후 민주당은 21대 국회에서 양곡법을 일부 수정해 재발의했고, 주요 품목의 기준 가격을 설정해 시장 가격이 기준 가격보다 내려갈 경우 그 차액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농안법과 동시 추진했다. 하지만 김진표 당시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 단위에서 깊게 논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안을 상정하지 않으면서 자동 폐기됐다.

정부·여당은 두 법안에 일관되게 우려를 표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국무회의에서 양곡법에 대해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정부가 국민의 혈세를 들여 남는 쌀을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쌀이 과잉 생산돼 오히려 쌀의 시장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기자간담회에서 양곡법·농안법에 대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대통령 재의요구권 건의가 불가피하다"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이들 법안은 농산물의 시장 왜곡을 강화할 것"이라며 "국민 세금으로 차액을 지급하는 데 투입되는 행정 비용도 어마무시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여당의 반대에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당이 조금 양보하더라도 여야 절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5일 의원총회에서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여야가 최대한 협의해 달라는 일부 의원들의 주문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양곡법·농안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야당 간사를 맡은 이원택 의원은 "정부·여당과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곡법 등과 함께 당론으로 채택된 한우산업법은 축산업 진행계획 수립 의무화를 법제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5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통령 거부권 행사한 뒤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재표결 없이 폐기됐다. 당시 정부는 축종 간 형평성이 저해될 수 있고, 전체 축산 농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법안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