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의존도 20%로 낮추고 중증환자 비율 60%로 높인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 추진상황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의료개혁추진단이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 사업을 위해 기존 40%를 차지한 전공의 의존도는 20%로 낮추고 중증환자의 비율은 높이는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고 일반 병상 규모도 감축한다.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6일 오전 11시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은 비상진료체계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간 왜곡된 의료공급과 이용체계를 바로잡고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로 혁신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그간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응급, 희귀질환자 진료에 집중하지 못하고 양적 팽창에 의존해왔던 점을 개선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 △지역의료 역량을 견인하는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강화 △일반 병상 5~15% 감축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 등 전문인력 중심으로 운영되는 '전문인력 중심병원'으로 전환 △수련책임병원으로 역할 강화 등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중증환자 중심병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3년간 평균 50% 수준인 중증환자 비중을 6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한다. 정 단장은 "2027년에는 제6기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는데 중증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 입원환자' 비중의 하한선을 현재 34%에서 적정 수준으로 상향하겠다"며 "현재 적용하고 있는 478개의 전문진료질병군은 같은 수술과 시술이라도 환자 연령, 기저질환, 응급도 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수용해 보완하고 재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권역 내 진료협력 중추병원으로 강화하기 위해선 진료협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정 단장은 "10개 이상의 진료협력병원 간 네트워크 구성 등 강력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도록 하겠다"며 "형식적 의뢰·회송체계를 전면 개편해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의해 적극적으로 환자를 의뢰·회송하는 '전문 의뢰·회송시스템'으로의 혁신을 추진한다"고 했다. 증상 변화가 있을 땐 상급종합병원서 최우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패스트트랙 확립, 진료협력병원 간 전자의무기록(EMR) 연계 등도 추진한다.


전문인력 중심병원을 위해선 비중증 진료를 줄이고 중증 중심으로 진료 구조를 전환함과 동시에 전문인력 중심 업무를 재설계한다. 정 단장은 "그간 전공의가 담당했던 업무를 전문의와 PA 간호사가 담당할 수 있도록 병원 자체 훈련 프로그램 도입과 업무 효율화 과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PA 간호사가 법적 안정성을 보장받으면서 숙련된 전문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제정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에도 박차를 가한다. 현행 36시간인 연속수련시간 상한을 24~30시간으로 단축하는 시범사업에 이어 더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상급종합병원과 진료협력병원간 순환수련 등 수련 협력체계도 갖춘다. 정 단장은 "평균 40%를 차지하는 전공의 근로 의존도를 절반인 20% 이하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겠다"며 "상급종합병원에선 중증진료 수련을, 진료협력병원에선 지역의료와 전문진료 등을 경험해 분야별 역량을 갖춘 전문의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환자들이 의료전달체계에 적합한 의료이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비용 구조도 재점검한다. 구조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보상구조 개편도 진행된다. 정 단장은 "진료량 늘리기에 의존하지 않고 중증, 응급, 희귀질환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할 때 더 많이 보상을 얻을 수 있도록 중증 입원·수술 보상 강화, 적합질환 진료와 진료협력 성과 보상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은 단시간에 이뤄지기 어렵기 때문에 시범사업 과정서 보완하면서 현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빠르면 9월 시범사업을 추진해 많은 병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 단장은 "이달 중 전문위원회별로 논의했던 쟁점을 정책토론회 형식으로 완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의료계가) 밖에서 비판하지 말고 안으로 들어와 함께 논의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