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3심 시작, '300억 비자금' 진위 다룰까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태원(왼쪽사진) SK그룹 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노소영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변론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04.16. [email protected] /사진=김금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3심)이 시작됐다. 대법원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 메모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최 회장 측은 노 관장과의 이혼소송 상고심을 심리하는 대법원에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상고이유서에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 300억원 메모의 진위, 재산분할 산정 근거에 있어 치명적 오류 등에 대해 다투겠다는 계획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심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로 흘러 들어가 SK(당시 선경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2심은 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선경 300억원' 메모와 선경건설(현 SK에코플랜트) 명의 약속어음(50억원짜리 5장)을 증거로 인정했다.

2심은 특히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선대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으로 1991년 태평양증권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는 데 사용됐고, 이를 통해 SK그룹이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이 그룹의 성장에 역할을 했다며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약 1조400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은 비자금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 회장 측은 태평양증권 인수 시점이 1991년 12월이고, 노 관장이 증거로 제시한 어음은 1992년 12월에 발행됐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이 태평양증권 인수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3심에서는 메모와 약속어음의 증거 능력 인정 여부를 다툴 전망이다. 2심이 김 여사의 메모를 증거로 채택했는데, 대법원이 '법리상 채증 법칙 위반' 여부를 검토할지 주목된다. 이는 법원이 증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한쪽의 증거만 보고 다른 쪽의 증거는 무시하지 않았는지, 공정하고 정확한 절차를 지켰는지 따지는 것이다. 2심이 최 회장 측에 충분한 진술 기회를 줬는지, 실제 김 여사가 쓴 메모인지, 당시 작성된 것이 맞는지 등을 대법원이 검토할 수 있다.

2심의 판결 경정도 쟁점 중 하나다. 앞서 2심은 SK C＆C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의 1998년 주식 가치를 주당 100원으로 계산했다가 1000원으로 정정했다. 최 회장 측은 이 경우 최 회장의 회사 성장 기여분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만큼 노 관장의 기여분도 달라지고, 재산 분할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은 단순 수치 오류일 뿐 판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는데, 현재 최 회장 측이 경정에 불복해 재항고하며 대법원에서 심리 중이다.

대법원에 상고이유서가 접수되면서 이혼 소송을 정식으로 담당할 재판부 배당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특별3부에 임시 배당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