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몰래 대출" 청첩장 문자 눌렀다가 날벼락…법원 "안 갚아도 돼"

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금융기관이 본인 확인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스미싱 범죄 피해자가 대출금을 갚을 필요가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단독 한나라 판사는 A씨가 B은행 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출 거래약정에 기초한 대출금 3900만원의 원리금 채무와 자보험약관대출에 기한 대출금 958만원의 원리금 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3월 모르는 번호로 악성코드가 내장된 모바일 청첩장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A씨가 URL에 접속하자 A씨의 휴대전화에 악성 앱이 설치됐고, A씨의 휴대전화에 저장돼 있던 개인정보와 금융정보가 빠져나갔다. 이른바 스미싱(smishing) 범죄를 당한 것이다.

스미싱 조직은 휴대전화 원격제어 프로그램에 접속한 후 A씨의 금융정보로 A씨 명의의 은행 계좌를 개설, 8150만원을 대출받았다. 대출금은 단 2시간 만에 스미싱 조직이 확보한 대포통장으로 이체됐다. A씨는 피해금 일부를 반환받아 대출금을 상환했지만 나머지 3900만원은 돌려받지 못했다.

또한 스미싱 조직은 A씨 명의로 한 보험회사에 대출을 신청, 958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았다. 이들은 A씨의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까지 해지하고 약 1300만원을 빼돌렸다.


A씨는 피해사실을 경찰서에 신고했고, 스미싱 조직의 인출책은 지난 2월 수원지법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 및 피해금환급에 관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A씨가 B은행 등을 상대로 대출금을 갚을 의무가 없고, 주택청약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은 은행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비대면 금융거래를 주된 업으로 하는 피고로서는 기술적으로 실명확인증표의 원본 촬영을 확신할 수 없는 경우라면 고객의 얼굴이 직접 노출되도록 실명확인증표를 촬영하도록 하거나,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중 영상통화를 추가로 요구하는 등의 방식을 택해 본인확인조치 방법을 보강했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