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노조법 개정안, 위헌 우려 크다...전면재고 필요"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우리 기업 다 죽는다! 노조법 개정 결사 반대!' 집회에서 경제 6단체 및 경제단체협의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8.01. [email protected] /사진=조성봉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재계의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노조법 개정안의 위헌성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를 7일 공개하고, 노조법 개정안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고 폭력·파괴행위 등 노조의 불법행위를 사실상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선 한경협은 "개정안은 사용자의 개념을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를 넘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근로조건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에 대한 판단 기준이 불명확해 사용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사전에 특정할 수 없는 다수의 사용자들이 노조법상 의무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또, 보고서는 사용자 범위 확대로 하청근로자와 직접 근로계약 관계가 아닌 원청사용자와 하청노조 간 단체교섭이 가능해져, 하청사용자의 독립성과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노사관계 질서가 훼손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쟁의 개념이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분쟁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구조조정·경영상 해고 등 사용자의 경영권 본질에 속하는 사항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진다는 점도 우려했다.


보고서는 영국, 미국 등 주요국들은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이나 정치적 사항 등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임금 및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향상을 요구하는 경제적 파업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응하는 파업에 한해 쟁의행위 대상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영국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임금·근로시간·징계 등 근로조건, 노조 가입자격 및 교섭·협의 기타 절차에 관한 사항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독일은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쟁의행위를 허용하지만, 투자 결정·생산기지 폐쇄 등 사용자 고유의 경영권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개정안이 정당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 보고서는 "판단 기준이 모호해 헌법상 명확성 원칙(법규범의 내용은 명확해야 한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손해배상청구 제한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할 경우, 폭력·파괴행위, 정치파업 등 불법 쟁의행위를 포함한 모든 노조 활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면제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차진아 교수는 "노조법 개정안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실질적 대등성을 확보하자는 본래 입법 취지와 달리, 노조 측에 기울어진 입법으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을 야기하여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불법행위의 사실상 정당화, 노사갈등 심화에 따른 사회적 비용 급증 등 개정안이 가져올 부정적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법안 입법은 전면 재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