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수 미약, 경기회복 지연…올해 성장률 2.5%, 0.1%p 하향"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수정된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KDI는 소비와 투자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출은 확대되며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과 동일한 2.2%로 전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 전망 2.6% 보다 소폭 떨어진 2.5%로 낮췄다. 2024.02.14./사진=강종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종전 전망치 대비 0.1%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 흐름 속에서도 고금리에 따른 소비·투자 등 내수 부진을 요인으로 꼽았다. 이밖에 미국·중국 경기의 후퇴, 미국 대선 이후 불확실성 등을 위험 요인으로 분석했다.


KDI는 8일 '경제전망 수정(2024년 8월)'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6%)보다 낮은 2.5%로 전망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존 전망(2.1%)을 유지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 수준을 상회한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는 2023년의 부진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면서도 "수출 증가율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존 전망을 상회하겠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증가세는 기존 전망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의 수정 전망치는 △정부 2.6%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6%보다는 낮고 △IMF(국제통화기금) △아시아개발은행(ADB)과 동일하다.
KDI 분석을 살펴보면 올해 민간소비가 고금리 기조 장기화를 반영, 기존 전망(전년 대비 1.8%)보다 낮은 1.5% 증가하는 데 그친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 호조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한 탓에 기존 전망(2.2%)보다 크게 낮은 0.4% 증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건설투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파급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다소 개선된다. 기존 전망(-1.4%)에 비해 감소폭(-0.4%)이 축소된단 분석이다.

반대로 총수출은 반도체 경기가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호조세에 따라 기존 전망(5.6%)보다 높은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상수지는 기존 전망(703억달러)보다 흑자폭이 확대된 770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수출 전망치 상향과 내수 전망치 하향이 교차하지만 흑자폭은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수 부진과 국제유가 하향 조정을 반영, 기존 전망(2.6%)보다 낮은 2.4%로 전망됐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기존 전망(2.3%)보다 낮은 2.2%로 봤다.

내수 부진을 반영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24만명에서 20만명으로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기존 전망과 동일한 2.8%로 예상했다.

경기의 위험요인도 제시됐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이 확대되거나 중국·미국의 경기가 급락하는 경우다. 특히 미국 고금리에 따른 실물경제의 조정 가능성, 중국 건설업체의 부실이 실물경제로 파급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올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대내적으론 고금리 장기화를 위험 요인으로 뒀다. 물가 상승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경우 내수 회복이 지체될 수 있어서다. 민간부채가 누적된 상황에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여력이 제약될 수 있단 분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고금리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 내수가 상당히 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많이 했는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미국 경기가 좋았기 때문"이라면서 "이 상황에서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 수출도 영향을 받게 돼 경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