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악재 속 경제팀…부동산 공급대책에 담긴 속내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오른쪽에서 2번째)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8·8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놨다. 서울과 인근 지역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일부를 풀어 신규 택지를 발굴하겠는 내용도 담았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2년 이후 12년만이다.

그만큼 최근 부동산 시장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미국발(發)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 금융 시장 불안, 내수 부진 등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지 못하면 금리 등 정책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다만 일각에선 부동산 시장이 올해 초부터 꿈틀거렸던 만큼 정부 대책 '실기론'도 나온다.


◇패닉 바잉 속 내수 부진 등 경기 휘청최근 서울·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1주(5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0.26% 상승하는 등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주 연속 상승세다.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줄어들고 2~3년 뒤 공급 물량을 가늠할 인허가 지표가 바닥을 치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동시에 아파트 전세값도 뛰면서 "전셋집에 사느니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수요도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

정부는 '공급'에 중점을 둔 대책을 내놨다. 제목부터 '국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다. 세금을 높이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수요 측면에서 접근한 전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교훈 삼아 시장에 충분한 주택이 공급될 것이란 신호를 주는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한 서울 포함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 8만호 발굴 △3기 신도시 인근 공공택지를 활용한 2만호 이상 추가 공급 △1기 신도시 등 도심 내 37만호 규모 아파트 공급 확대 △서울 비(非)아파트 공급 정상화 때까지 공공주택을 전월세로 무제한 매입 등이다.

정부로선 부동산 시장 안정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점이다. 하반기 들어 우리 경제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재보단 악재가 쌓이는 모습이다.

지난 1분기 '깜짝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정부는 물론이고 국내외 전망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2.6% 수준으로 높여 잡았다. 최 부총리도 "교과서적인 성장경로로의 복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주요 기관 중 처음으로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은 2.5% 성장을 예상한 것이다. 대외적으로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에다 확산일로의 중동사태, 대내적으로 부동산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내수 부진 등이 겹치며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영향이다.

◇부동산 잡고 경기 살리고…두마리 토끼 잡기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새로운 정책 조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내수 부진 속 집값 급등이란 한국 특유의 상황을 고려해 부동산 공급확대, 가계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부동산을 잡는 동시에 기준금리를 내려 내수 회복을 노린다는 계산이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정부 정책으로 이뤄낼테니 한은이 금리를 내려 경기 회복을 지원해달란 의도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6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가 금리 인하에 대한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시점에 잘못된 시그널(신호)을 줘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 공감하고 있다"며 신중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낳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을 2개월 연기시킨 것이 부동산 시장 수요를 부추겼다는 비판이 크다.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을 오는 9월로 갑작스레 연기하면서 조금이라도 대출 한도를 더 받을 수 있는 남은 기간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부동산 시장을 자극했단 지적이다.

아울러 집값이 안정기에 있었을 때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제기된다. 집값 상승의 불씨를 확실히 잡지 못하고 남겨뒀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국민들께서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지역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인허가·착공·준공 등 주택공급 전과정을 밀착관리해 이번 대책을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