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친환경 투자, 금리 낮게"…한은, 그린 CLO 도입 제안

한국은행이 중소기업의 친환경 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녹색대출 담보부 유동화증권(그린 CLO) 발행을 제안했다. 중소기업이 자본시장과 연계된 대출제도를 통해 저탄소 생산설비 투자에 필요한 장기 자금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다.

한은은 그린 CLO 활용시 중소기업의 조달금리가 최대 262bp(1bp=0.01%포인트)까지 낮아질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그린 CLO 도입 방안'에 따르면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저탄소경제 전환을 위한 생산구조 개혁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온실가스 저감설비 투자를 위한 중장기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한은은 그린 CLO이 중소기업의 친환경 전환용 자금조달 수단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한은이 제안한 그린 CLO 제도는 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취급한 녹색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특수목적법인(SPC)이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체계다.


녹색대출 심사에 은행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재정지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기존 자산유동화 프로그램과 차별점을 갖는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다수의 소규모 중소기업대출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박상훈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연구팀 과장은 "그린 CLO는 은행이 가진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력과 예산을 아낄 수 있다"며 "은행 담당자의 교육을 통해서 녹색 대출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리지원을 하지 않게 되면 재정 지원 압박이 적기 때문에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정책 지원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박 과장은 "현재 녹색대출 분류기준이 없기 때문에 대상 기술 상용화가 완료되고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검증된 설비 관련 대출에 그린 CLO 대상 녹색대출을 우선 적용하고 '녹색여신 관리지침'이 마련되면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녹색채권(그린 CLO) 발행 전 외부기관 검토 절차를 생략하고 발행 이후 사후 검토는 은행이 담당하도록 하는 등 절차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기업·은행에 대한 추가적인 인센티브 제공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그린 CLO 도입으로 기업의 조달금리 인하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 CLO 활용시 중소기업의 조달금리는 담보대출 기준 최대 114bp, 신용대출 기준 262bp까지 낮아질 여지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박 과장은 "지난해 말 기준 신용등급 6등급 중소기업에 대한 가중평균 대출금리는 담보대출이 6.1%, 신용대출이 8.1% 수준이었던 데 반해 동일한 기업이 그린 CLO에 참여했을 때 적용 가능한 대출금리는 담보대출 약 5.0%, 신용대출 5.5%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린 CLO 도입은 녹색 금융시장 규모가 작아 투자기회가 제한적이었던 국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녹색투자처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국내 녹색금융시장의 양적 성장을 유도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녹색금융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