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불공정거래자 최장 10년간 시장거래 막는다…계좌도 동결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정부가 다양하고 복잡해 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제재를 다양화 한다.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최장 10년간 제한하고 신상 공개도 검토한다. 전문가들은 제재 강화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차후 제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합헌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자 주식거래 막히고 계좌 동결…신상공개 될 수도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거래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 강화를 위한 세미나'가 개최됐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자에 대한 제재 다양화 방침을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다양화·복잡화되는 불공정거래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제재 수단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해외 주요국 사례를 검토해 제재 다양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 행위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상장사 임원 선임을 최장 10년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불공정거래 의심자 대상 계좌 지급정지 제도 도입도 검토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창현·박재호 전 의원이 발의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포함됐던 내용들이다. 정부는 불공정거래 행위 관련 정보 공개 확대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날 첫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김유성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지금 대한민국 시대정신의 핵심은 공정으로 자본시장에서도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며 "사전적 효율성, 사후적 효율성이 있는 비금전적 제재를 고민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금융상품투자 거래제한과 계좌 동결 등 조치가 사전적인 행위자 재산 확보로 현행 과징금 제도 등을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주제 발표를 맡은 정수민 자시연 연구위원은 "금전적 이익보다 불공정거래로 인한 비용이 더 크다면 당연히 불공정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적발 가능성을 높이거나 제재 수준을 높여서 기대 비용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불공정 거래 행위 정보 공개 확대에 대한 해외 사례 등을 소개했다.

정 위원은 제재 정보 공개 확대에 대해 "시장 참여자에 제재수준을 인지하게 하고, 불공정거래 행위자 평판을 하락하게 하는 것과 함께 시장 감시와 처분을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을 투자자에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비금전적 제재 강화 공감하지만…"합헌적으로 설계돼야"

패널 토론에 참여한 자본시장, 학계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주제발표에서 제시된 비금전적 제재 강화 방안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특히 이러한 제재 강화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정책에 앞서 추진돼야 의미가 있다고 봤다.

이정수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자본시장의 기본이 되는 불공정거래 규제, 시장 연결성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지금 논의되는 상법상 이사 충실의무 확대나 세제개편 등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효과적인 제재를 위해 기존 제재와의 정합성 강화, 새 유형의 불공정거래에 대한 대비, 금융당국이 집단소송 주체가 되는 공익소송 도입 등의 보완책을 제시했다.

아울러 제도의 실효성을 위해 제도가 헌법에 맞게 꼼꼼히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현정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계좌 동결의 취지를 살리려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하는데, 그러면 혐의만으로 재산권 제한 처분을 해야 해서 과잉금지 원칙에 따른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판단 기준, 사후 통지, 이의 제기 절차 마련 등을 통해 법익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치연 금융위 공정시장과장은 "관계기관·학계·전문가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면서 반복적 불공정거래 행위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재 수단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