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날두도 혜택?…이탈리아, '슈퍼리치' 세금 2배 물린다

이탈리아가 새로 거주하는 '슈퍼리치'들의 해외 소득에 대한 고정세를 2배 인상하기로 했다. 세금 회피를 위해 이탈리아로 향하던 억만장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그간 누적돼 온 재정 적자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26일(현지시각)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스토지체 경기장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슬로베니아와 친선 경기에 선발 출전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호날두는 침묵했고 포르투갈은 0-2로 완패했다. 2024.03.27 /AP=뉴시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날 내각회의를 열고 신규 거주자의 해외 수입에 대한 연 고정세를 현행 10만유로(약 1억5064만원)에서 20만유로(약 3억128만원)로 인상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 제도는 앞으로 이탈리아에 새롭게 거주하는 외국인 또는 해외에서 9년 이상 거주하다가 귀국한 이탈리아인에게 적용되며 최장 15년간 일률 과세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기존 거주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행 제도는 해외 부유층을 자국으로 유인하고 이탈리아의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2017년 도입됐다. 신규 거주자의 해외 소득이 얼마이든 간에 매년 고정된 세금만 내도록 해 전 세계 억만장자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이탈리아를 주거지로 선택한 대표적인 스타는 포르투갈의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그는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해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를 떠나 2018∼2021년 이탈리아의 유벤투스에서 뛴 것으로 알려졌다. 호날두를 포함해 이 제도로 혜택 받는 이는 현재 약 4000명 수준으로 전해진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15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동남부 풀리아주의 보르고 에냐치아 리조트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의장국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2024.06.16. /AP=뉴시스

국제사회는 이탈리아가 고액 자산가들의 '조세 회피처'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FT는 지금까지 사모펀드 임원, 재벌, 사업가 등 최소 2730명의 억만장자가 세금을 아끼기 위해 이탈리아로 거주지를 옮겼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글로벌 탈세 보고서'에서 이 제도를 언급하며 "극도로 부유한 개인에게 큰 세금 면제를 제공하기 때문에 아주 해롭다"고 지적했다.

돈 많은 외지인이 밀려들면서 현지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부유층의 유입이 큰 밀라노에서는 지난 5년간 부동산 가격이 43% 올랐고 2년간 임대료는 20% 가까이 상승해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세금 인상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영국 소재 회계법인 무어 킹스턴 스미스의 팀 스토볼드 파트너 회계사는 FT에 "이탈리아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수를 확실히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재정부 장관은 이날 내각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고정세가 인상되긴 했지만, 여전히 고액 자산가들에게는 흥미로운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전히 고소득자들에게 세금이 미미한 수준이란 의미다.

FT는 이탈리아 정부가 이번 고정세 인상으로 세수를 늘려 재정 적자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7.4%로, 27개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EU가 정한 3% 한도보다도 두 배 이상 높다.

현재 멜로니 정부는 이탈리아의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해 세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정부가 은행 횡재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다만 조르제티 장관은 이날 대출 기관과 에너지 기업들의 추가 이익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