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구조개편에 작심발언…이복현 "횟수 제한없이 정정요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8일 두산그룹의 구조개편과 관련해 "(합병을 위한 증권신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두산그룹에) 정정요구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원장은 오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업계 CEO(최고경영자)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기본 원칙은 (두산의) 구조개편 효과, 의사결정 과정, 주주권 행사 여부 등 다양한 의사결정에 대한 정보가 (증권신고서에) 충분히 기재돼 있는지 서두르지 않고 보겠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두산그룹은 현재 두산에너빌리티 (16,450원 ▼110 -0.66%)와 두산로보틱스 (64,800원 ▲900 +1.41%), 두산밥캣 (40,700원 ▼150 -0.37%)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이동과 합병을 통한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금감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1차 신고서는 금감원에서 반려했고, 정정된 2차 신고서가 이달 6일 접수돼 검토중이다. 이 원장은 "(정정보고서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요구를 하겠다"고 선을 명확히 했다.

금감원은 두산의 사업구조 재편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셀 뿐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역행한다는 지적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 만큼 정정신고서를 더욱 꼼꼼히 보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원장은 "당국 내에서도 어느정도 합의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대주주들이 경각심을 갖고 주주보호, 주주와의 소통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는 "정부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면서도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한 제도를 검토 중"이라며 "일부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규제적인 방법과 제도가 논의되는 마당에, 주주보호 실패사례가 반복되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추진 의지를 믿어달라는 당부도 있었다. 이 원장은 "다양한 입법·정책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내지는 선도 중견기업이 밸류업 자율공시에 참여해 일반 주주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