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은 숫자일 뿐"…'세계 24위' 김유진, 1년 재활 끝에 '금메달'

김유진이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언더독의 반란을 보여준 '세계 랭킹 24위'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며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전했다.

김유진은 9일(이하 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을 2-0(5-1, 9-0)으로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결승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너무 행복하다"며 "개인적인 명예를 얻은 것을 떠나 태권도 종주국 자존심을 세우는 데 보탬이 돼 스스로 잘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메달을 딴 후 가장 떠오른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엔 "할머니"라고 답했다. 그는 "할머니, 나 드디어 금메달 땄어. 나 태권도 시켜줘서 정말 고마워"라고 외쳤다. 8살이던 김유진에게 호신술을 배워야 한다면서 태권도를 권유한 사람이 그의 할머니였다고.

금메달을 확정한 김유진이 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kg급 시상식에서 시상대에 올라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유진이 올림픽 무대에 서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 직전 당한 무릎 인대 부상 때문에 1년간 재활에 매달렸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태권도연맹(WT) 올림픽 랭킹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WT가 올림픽 직전인 6월까지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랭킹에서 김유진은 24위였다. 각 체급 WT 올림픽 세계랭킹 1~5위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출전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한태권도연맹은 1월 경기력향상위원회를 통해 여자 57㎏급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도전하기로 했고, 2월 국내 선발전을 열었다. 김유진은 여기서 아시아 대륙별 선발전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유진은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아시아 선발전에서 각 체급 2위까지 주어지는 출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해 올림픽 무대에 섰다.

그는 "여태껏 해왔던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까짓 것 못하겠냐'는 생각을 했다"며 "과정을 떠올리면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준비를 너무 힘들게 해서 스스로 자신감이 있었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뛰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김유진이 9일(한국 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57kg급 시상식에서 메달리스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운동을 관두고 싶은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했던 그는 그 덕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그는 고비가 찾아왔을 때 "그 힘든 훈련을 다 이겨냈는데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꼭 이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더 악착같이 발차기했다"고 털어놨다.

김유진은 세계 랭킹 5위, 4위, 1위, 2위를 순서대로 격파하며 금메달의 영광을 안았다. 그는 이에 대해 "세계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 아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김유진이 한국 선수단 13번째 금메달 주인공이 되면서, 한국은 역대 올림픽 단일 대회 최다 금메달 기록에 타이를 이뤘다. 종전 최고 성적은 2008 베이징 올림픽(금 13개·은 11개·동 8개), 2012 런던 올림픽(금 13개·은 9개·동 9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