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배터리 제조사 공개·과충전 제한 검토…국조실로 대책반 격상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오는 12일 전기차 화재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한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방안과 전기차 화재 진압 관련 소방 대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 달 초 범부처 차원의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2024.08.11/사진=뉴시스

정부가 전기차 화재 방지를 위해 배터리 제조사 공개, 과충전 방지 체계 수립 등을 검토한다. 국무조정실 주재로 전기차 화재 안전을 위한 관계부처 합동 대책반을 구성, 종합대책을 마련한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13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환경부,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소방청 등이 참여하는 관계부처 차관 회의를 열어 전기차 화재 안전 대책을 논의한다. 국토부는 관련 업계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회의를 열어 민관 협력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

이날 이병화 환경부 차관 주재로 '전기차 및 지하 충전소 화재 안전 관계부처 회의'가 열린 데 이어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다. 환경부 주재 회의에서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 공개 △과충전 방지 체계 수립 등 안전성 확보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사안의 엄중함과 관련 부처의 복잡성 등을 고려해 총괄 기능을 국무조정실로 높여 대책 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는 당초 환경부 중심으로 전기차 안전 대책을 마련하려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총리실이 주도하는 종합 대책을 수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례 주례회동을 열고 "전기차 화재에 따른 국민 불안감이 없도록 신속하게 대책을 추진할 것"을 당부했다.

정부는 결과를 종합해 9월 초 관계부처 합동 전기차 화재 예방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종합대책 이전에 업계에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단기 대책도 내놓을 전망이다.


이미 현대차는 배터리 납품업체를 선제적으로 공개했고 기아차도 조만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수입차 업체는 영업기밀 등을 이유로 정보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정부는 공개 의무화를 검토 중이다.

해외 사례를 봤을 때도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의무화한 경우가 많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중국은 2018년부터 이미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고 미국은 캘리포니아주에서 2026년, 유럽연합은 2027년부터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정부는 또 충전율과 충전시간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 완충된 전기차가 그렇지 않은 차량보다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서울시는 90% 이하로 충전된 차량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전기차 제조사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 해도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현재도 전기차는 화재 방지와 배터리 성능 유지를 위해 95~97%만 충전이 되도록 설정돼있다.

다만 충전율을 90% 이하로 제한하면 주행거리 단축 등 차량 성능을 일정 수준 포기한다는 점에서 전기차 차주의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충전기와 관련해선 과충전 방지를 위해 전기차와 통신할 수 있는 '전력선통신(PLC) 모뎀' 장착 기기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급속충전기는 대부분 PLC 모뎀이 장착됐지만 완속충전기는 거의 장착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PLC 모뎀을 장착한 '화재 예방형 완속충전기' 보급을 위해 보조금을 40만원 더 지급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지하 대신 지상 충전기를 확대하는 방안과 지하주차장 스프링클러의 민감도를 높이고 설치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검토한다. 소방당국은 전기차 충전기가 있는 지하주차장은 스프링클러 간격을 좁혀 화재 시 많은 양이 분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지상에만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지하 충전기 이용은 금지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최근 지어진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만 있는 곳도 많아 이는 검토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책반은 앞으로 대책 발표 전까지 실무진급 회의, 차관 회의 등을 여러 차례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는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기업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지만 앞으로 국제 규범 등에 맞춰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