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허가제 20년…지역소멸·이민사회 염두한 탄력적 정책 필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용허가제 20주년 EPS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용노동부

20년간 산업 전반을 뒷받침한 고용허가제(EPS)와 관련 '미래'를 고려해 지역 소멸 대응과 이민 사회 준비를 위한 세밀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가 산업 전반에 확산되는 추세지만 여전히 '인력'이 필수적이다. 제조업과 농·축산업, 건설업의 경우 '사람이 없어' 산업 경쟁력을 잃어간다. 정부가 EPS 확대 등과 함께 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이유다.

고용노동부는 12일 EPS 시행 20주년을 맞아 서울 롯데호텔에서 '고용허가제 20주년 세미나'를 열고 그간의 정책 성과와 향후 보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고용부는 국내 대기업을 비롯해 2차 협력사 등 중소 제조업·뿌리산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인력 공급원으로 EPS가 효과를 발휘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5월 기준 E-9(비전문인력)을 활용하는 50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제조업 3만4847곳 △농축산업 9842곳 △어업 6151곳 △건설업 405곳 △서비스업 160곳에 달한다.

이렇듯 산업 필수 인력을 공급해왔지만 저출생·고령화와 지역 소멸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단기적 인력부족 해소에서 더 나아가 지역 차원의 정주형 이민자 확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아울러 숙련인력에 대한 수요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고용부는 우선적으로 외국인력 활용면에서 현재 제조업, 건설업 등으로 제한돼 있는 영역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력이 활동할 수 있는 업종과 직종을 다양화하고 필요한 인력이 적시·적재·적소에 배치되도록 행정절차를 보다 간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수한 외국인력은 국내에 오래 머무르면서 일하고 우리 사회에 녹아들 수 있도록 정교한 인센티브를 설계하겠다"며 "정주, 영주 인력은 노동시장의 구성원이자 시민으로서 일정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발제자로 나선 설동훈 전북대 교수는 '데이터 기반의 외국인력 정책과 이민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설 교수는 "부족인원, 유효구인배율 등을 통한 '빈 일자리 통계' 등을 통해 외국인력을 언제, 얼만큼, 어떠한 사람을 어디에서 골라 도입하는 가를 결정할 수 잇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지역단위 이민전략을 제시했다. 이 박사는 "행정권역과 지역생활경제권(노동시장권)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체류자격과 관계 없이 통합 지원서비스 구축을 통한 거래비용 절감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E-9 → E-7-4 →F-2 →F-5 등 체류자격 연계 지원을 통한 지역 정착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교통, 주거, 문화, 교육, 지역주민과의 통합 등 지역사회 구성원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