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해' 전 세계가 빚잔치…정부 부채 12.5경 사상 최대 찍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한 카페에서 시민들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세계 각국 정부의 부채 총액이 12경50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크고 작은 선거가 유독 많이 몰려 있어 각국 정부가 재정 확장에 나선 데다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까지 급증한 영향이라는 진단이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국제금융협회(IIF) 집계를 인용해 올 3월말 기준 전 세계 정부의 부채 합계가 91조4000억달러(약 12경5245조원)로 전년 대비 5.8% 증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총액 대비 98.1%로 전년보다 2.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세계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높아진 것은 경제 성장 속도보다 빚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GDP 대비 부채 비율 증가 폭이 연 평균(2014~2019년) 0.9%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해도 글로벌 부채 팽창 속도가 2배 이상 빨라졌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올 3월말 기준 전 세계 정부의 부채 합계가 91조4000억달러(약 12경5245조원)로 전년 대비 5.8% 증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그래픽=이지혜

부채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1년 만에 2조9000억달러(9.5%) 늘어난 미국이다. 중국은 최근 1년간 부채가 1조4000억달러(10.3%) 늘어 미국 다음으로 빚이 많이 증가했다. 유로존의 채무도 4500억달러(3.5%) 늘었다. 유럽연합(EU)의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는 프랑스·이탈리아 등 역내 7개국의 재정적자가 과다하다며 규율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 정부의 부채가 급증한 배경에는 선거가 있다. 올해 세계 곳곳에서 대통령·국회의원 등 70여개 국정 선거가 치러졌거나 치러질 예정이어서 각국 행정부와 의회가 표심을 잡기 위해 다양한 지원·부양책을 쏟아낸 것이 정부 재정 악화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선거가 있는 해에는 재정 적자가 예년보다 컸다. 168개국의 과거 사례를 검증한 결과 선거가 있는 해에는 GDP 대비 재정적자가 사전 예측을 0.4%포인트 웃돌았다. 비토르 가스파르 IMF 재정국장은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고 싶은 정권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재정 악화는 선거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캘리포니아주 컬버 시티에서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과 관련한 연설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실제 올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대규모 학자금 대출 구제책, 우크라이나 지원책 등 굵직한 재정 확대 정책을 내놨다. 최근 의회 선거를 치른 프랑스 역시 연금 개혁 철회, 생필품 가격 억제 등으로 연간 재정적자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이어서 이자 부담이 증가한 것도 부채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고령화가 진행되는 선진국에선 경제성장 둔화, 사회보장 증가 등도 재정을 압박했다고 닛케이는 봤다. 수년째 고조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각국 정부가 방위비·군사비 등 지출을 늘린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