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방망이로 '10년 친구' 죽인 전 프로야구 선수, '징역 18년' 선고

삽화, 법원, 로고, 법원로고 /사진=김현정

전직 프로야구 선수가 억대 빚을 갚지 않은 십년지기 친구를 야구 방망이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진환)는 살인 혐의를 받는 A씨(36)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월 2일 오후 10시쯤 충남 홍성 광천읍의 한 주점에서 40대 B씨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수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주점은 B씨가 운영하던 곳이다.

A씨 당시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B씨가 빌린 돈 2억 원가량을 갚지 못하겠다고 하자 A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뒤 A씨는 스스로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는 현행범으로 체포된 뒤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사실을 부인했다. A씨는 이후 살해 사실은 인정했으나 고의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살해 목적이 없었다는 A씨의 주장에 "계획 범행이 아니었다고 볼만한 여지가 있을 뿐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검사와 A씨는 각각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는데, 차량 트렁크에 들어 있던 야구 방망이를 외투에 숨긴 채 범행 장소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아 계획된 범행으로 보인다"며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서 야구 방망이 다루는 데 능숙하고 더 많은 힘을 전달할 수 있어 충격과 피해가 크다"고 했다.

다만 A씨가 이 사건 이전까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십년지기 친구에게 5년 전 거액을 빌려준 뒤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점은 참작했다. 또 출산을 앞둔 시점에서 피해자의 무책임한 태도에 실망·분노해 판단력이 흐려져 범행한 것도 참작 요소였다.

재판부는 "야구 방망이가 부러질 정도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한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죄책이 무겁다"며 "피고인이 피해자들과 금전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고,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등의 사정을 참작하면 형이 너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A씨는 2007년 1월 한 프로구단 2군으로 입단해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계약 종료로 선수 생활을 끝냈다. 이후 2013년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직장동료 B씨를 만나 십 년 가까이 절친한 사이로 지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