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 아닌 속도가 관건"…SK 최창원 의장 "많이 배웠다"

SK 종속회사 수/그래픽=김지영

"짐 하게만 스나베 지멘스 이사회 의장이 언급한 훌륭한 사례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19일 SK그룹이 진행한 '2024 이천포럼'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스나베 의장에게) 많이 배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대한 말을 삼가하는 최 의장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한 마디를 남긴 것이다.


스나베 의장은 이천포럼 'SK의 AI 기반 DT(디지털전환) 촉진을 위한 변화관리 체계' 토론에 비대면 방식으로 참여했다. 그는 "SK와 마찬가지로 지멘스는 대기업이어서, 정말 많은 산업에 걸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2013년 지멘스 이사회에 참여 했을 때에는 9개의 다른 산업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수년간 성장이 둔화됐기 때문에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사업 전환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헬스케어·에너지와 같은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여기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사업의 전환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실패한, 혹은 승자가 되기에는 조금 제약이 있다고 생각하는 곳에서는 엑시트를 했다"며 "대부분 소비재 산업에서 엑시트했다"고 힘을 줬다.

스나베 의장은 "지멘스 같은 오래된 대기업은 지금까지 기업의 몸집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왔다"며 "하지만 디지털 세계에서는 몸집이 커져 느리게 움직이는 게 데 단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제는 크기가 아니라 속도가 관건"이라며 "미래를 선도해 나갈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게 중요했고, 경쟁사보다 어떻게 더 빠르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내용이 SK그룹의 '리밸런싱'을 이끌어온 최 의장에게 영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 의장 역시 지난해 12월 그룹의 2인자 자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를 맡은 이후 스나베 의장이 언급한 내용과 비슷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린 사업 등을 중심으로 외형 확장에 매달려온 SK그룹이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 상황 속에서 내실 다지기를 하기 위한 취지였다. "이름도 모르는 계열사들을 감당 가능한 선까지 정리하고 질적 성장을 달성하자"는 게 리밸런싱의 핵심 메시지였다.

실제 SK의 올 상반기 종속회사 수는 667개로 지난해 말 대비 49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AI(인공지능)·반도체와 같이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부문에 힘을 주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역시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에너지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리밸런싱은 올 연말, 그리고 내년 그 이후까지 지속될 최 의장의 과업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SK그룹이 보다 빠르게 선도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목표다. '다이어트' 역시 지속될 수밖에 없다. 20일 SK㈜는 "SK스페셜티에 대한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SKIET 등 여타 계열사들에 대한 지분 매각 등의 카드도 만지작 거리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시장의 큰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 성장기회를 확보해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며 "전환의 시대를 맞아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리밸런싱의 취지"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19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이천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번 포럼에서 인공지능(AI) 중심의 미래 혁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2024.8.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