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행 노선 중요"→"안 가요"…태도 바뀐 서방 항공사들, 왜

/로이터=뉴스1

중국 항공사들이 여름철 휴가를 대비해 유럽행 항공편을 늘리는 와중에 서방 항공사들은 중국행 노선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국경 재개방 이후 중국행 항공편 운항 재개에 나서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영공 비행 불가'로 비행시간이 늘어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 경기둔화 등을 이유로 노선 수요까지 줄어들자 항공편 운항 중단을 결정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과 캐나다의 항공사들은 비용 부담, 수요 감소 등을 이유로 최근 중국행 항공편 운항 중단 및 축소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항공정보업체인 OAG에 따르면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 유럽과 북미에서 중국으로 가는 국제선 항공편 수는 2018년 최고치인 1만3000편에서 60% 이상 줄었다.


영국항공은 지난달 홍콩행 항공편 운항 횟수를 하루 2회에서 1회로 절반 수준으로 줄인 데 이어 10월26일부터 최소 1년간 런던-베이징 간 항공편을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항공의 경쟁사인 버진애틀랜틱은 중국에서의 철수 발표와 함께 10월25일부터 런던-상하이 항공편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콴타스항공은 지난달 시드니-상하이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FT는 "이번 운항 중단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중국과 미국 및 동맹국 간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세계 주요 항공사들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높은 경제성장력과 소비력이 높은 관광객 증가로 서방 항공사에 성장 기회로 여겨졌었다.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와 소비력은 기대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항공은 중국의 국경 재개방이 이뤄진 지난해까지만 해도 "런던-베이징 노선은 '중요한 노선 중 하나'"라고 강조하며 중국행 노선 운항 재개를 위해 중국어가 가능한 승무원을 채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느린 중국 경제 회복세에 올해 중국으로의 항공편 운항 횟수를 절반으로 줄었다. 콴타스 항공은 "시드니-상하이 노선의 비행기가 가끔 반쯤 비어있는 상태로 운항했다"며 수요 감소 심각성을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자 전쟁 이후 런던-베이징 항공편의 비행 시간이 기존보다 3시간 더 늘어났다. 빨간색 선이 전쟁 전 비행 경로. /사진·자료=파이낸셜타임스(FT)·항공편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

"서방 '러 영공 비행 금지', 중국 항공사만 웃는다"중국행 노선 수요 회복세가 더딘 사이 러시아 영공 금지령으로 연료비용 부담까지 커졌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효된 대러시아 제재로 서방 항공사의 러시아 영공 비행은 금지됐다. 이로 인해 미국, 유럽 등 서방에서 동아시아 일부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의 시간이 평소보다 늘어나고 연료 비용도 크게 증가했다. FT에 따르면 전쟁 전 9시44분이었던 런던-베이징 노선의 비행시간은 전쟁 이후 12시간48분으로 3시간이나 늘었다. 러시아 영공을 피하고자 몽골과 중앙아시아를 거치는 긴 항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FT는 "항공편 운항 비용의 25~30%를 차지하는 연료비용이 늘면서 서방 항공사들은 중국 항공사와 경쟁에서 밀렸다"며 "서방 항공사들은 중국 항공사가 러시아 영공 비행으로 상업적 이점을 얻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벤 스미스 에어프랑스-KLM CEO는 지난해 중국 항공사들의 러시아 영공 비행 문제를 언급하며 "불공평한 이점을 얻는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실제 중국 항공사들은 상대적으로 전쟁 피해를 덜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OAG에 따르면 중국 항공사의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 유럽행 정기 항공편은 올해 1만4835편으로 2019년 대비 16% 늘었다. 싱가포르 DBS 은행의 제이슨 섬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주요 항공사들은 러시아 영공 비행으로 서유럽 노선에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