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기름값에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휘발유 ℓ당 164원↓유지

유류세 인하 폭/그래픽=이지혜

정부가 휘발유 기준 리터(ℓ)당 164원(휘발유 기준) 누르고 있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키로 했다. 최근 중동 지역 갈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중동지역 긴장 재고조 등으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민생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며 "이에 정부는 현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CNG(압축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10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유류세는 휘발유가 20%, 경유와 액화석유가스(LPG)가 30% 각각 인하된 상태다.

이번 조치로 유류세 인하 전 탄력세율 대비 리터(ℓ)당 휘발유는 164원, 경유는 174원, LPG부탄은 61원 각각 가격 인하 효과가 2개월간 더 유지된다. 하루 40km를 주행하는 운전자(연비 10km/ℓ 가정, 휘발유 기준)라면 한달에 약 2만원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앞서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을 고려해 2021년 11월 유류세 인하(휘발유·경유·LPG부탄 각 20%) 조치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국민 물가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재연장을 거듭했고 이번이 11번째 연장이다.


이번 연장 조치의 핵심 배경도 생활물가 부담이다. 중동에서 전운이 짙어지며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했다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2%대 안착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6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가운데 정부가 곧 추가 연장 여부를 발표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끝나는 유류세 인하 조치(휘발유 20%·경유 30%) 연장 여부를 발표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른 가격 할인 효과는 리터당 휘발유 164원, 경유 174원이다. 2024.08.16.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실제 정부가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축소(휘발유 25→20%, 경유 37→30%)한 영향은 즉각 나타났다. 지난달 전체 물가 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0.32%포인트(p)로 전월(0.16%p) 대비 2배 올랐다. 유류세 인하폭을 축소한 영향이 7월 전체 물가를 0.32%p 끌어올렸단 의미다.

여기에 정부는 중동분쟁 격화로 국제유가가 올라 국내 기름값이 치솟으면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지표가 더 나빠져 내수 회복이 더 지연될 수 있단 우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석유류 가격에 반영된다.

문제는 세수다. 유류세 인하 조치가 또다시 연장되면서 세수 부족을 심화할 수 있단 우려다.

당초 정부는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지난해 결산보다 4조5000억원(41.3%) 늘어난 15조3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반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조3000억원 걷히는 데 그쳤다.

이대로 라면 올해 실적이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 여파로 올 상반기 누계 국세 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조원가량 덜 걷힌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동긴장에 따른 국내외 유류 가격의 불확실성, 국내 물가 동향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등 연장을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을 21~22일 입법예고하고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가진 뒤 이달 27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