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진숙 2인 체제 MBC 방문진 이사 임명에 '제동'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방송장악 2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8.14/사진=뉴스1

법원이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새 이사 임명 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 12부(재판장 강재원)는 26일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 김기중·박선아 이사가 방문진 이사 임명과 관련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새로 선임된 방문진 이사 6명 임명 처분의 효력은 중단된다.


앞서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들의 임기가 지난 12일 이미 만료됐기에 원고적격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시 방문진 이사로 지위 회복되는 건 아니라 해도 이 사건 임명처분의 위법성 확인 내지 불분명한 법률문제에 대한 해명을 통해 행정의 적법성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사법 통제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다면 후임자들의 임기가 즉시 시작된다"며 "이 사건 본안소송인 임명처분 취소 소송의 심리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신청인들이 이 사건 본안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방문진 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도 밝혔다.


한편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 방문진 이사에 공모했다가 탈락한 3명의 신청을 살핀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는 기각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만약 임명 처분 취소 판결이 확정될 경우 (방문진) 임명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신청인들이 임명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청인들에게 이 사건 임명처분의 취소를 구할 원고적격과 법률상 이익 모두 인정된다"고 봤다. 원고 적격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각하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신청인들은 이 사건 임명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 않는 경우 '방문진 이사로서 직무를 수행할 기회를 박탈당하는 손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사정이나 자료는 없다"고 봤다. 또 "문화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방송의 공정성은 현행 집행정지 제도에서 요구하는 신청인들의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봤다.

앞서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취임한 지 약 10시간 만에 김태규 상임위원과 전체 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 정원 9명 중 6명을 신임 이사로 임명했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심위 방송자문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 변호사, 허익범 변호사 등이다.

그러자 방문진의 이사들과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들은 '2인 체계'로 결정한 처분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다며 법원에 이사 임명 처분을 무효로 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