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김문수 '헌법상 평등권 위배' 발언 이해하기 어렵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서울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27일 외국인 가사관리사 고임금 논란과 관련해 "국회와 지자체, 관계부처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종합적 논의와 대응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해 헌법상 평등권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오 시장은 이날 오전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을 국가적 미래 아젠다(의제)로 정하고 수요자의 목소리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협의체 구성을 통한 해법 마련을 제안했다. 서울시와 고용부가 공동 추진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다음달 3일부터 각 가정에 고용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돌봄서비스를 시작으로 첫 발을 내딛는다.


하지만 국내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임금이 월 238만원(하루 10시간 기준)에 달해 맞벌이 부부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홍콩의 경우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48~91만원 수준이다.

오 시장은 "2년 전 제가 '외국인 육아도우미' 제도를 제안한 것은 심한 경우 임신과 출산마저 포기해야 했던 많은 분들을 위해 '초토화된 광야에 한그루 한그루 묘목을 심는 심정으로 한 것"이라며 "그런데 높은 비용 탓에 어렵게 도입한 제도가 반쪽자리에 그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육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드리겠다는 것이 당초에 제가 제도 도입을 제안한 취지였는데 지금 비용이라면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면 해외 돌봄인력 도입은 중산층 이하 가정에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가 이용 가정과 가사관리사 모두 윈윈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특히 "초저출산, 초고령사회가 엄습한 상황에서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은 우리에게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국민 대다수가 직면할 '돌봄 부담' 문제는 해결해야 할 필수적인 정책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문제와 관련해 E7 비자 대상 직종에 '가사사용인' 추가 등 서울시의 제안에 법무부는 지나치게 신중하고 소극적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삶의 현장에서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코앞에 닥친 현실에 비하면 법무부의 대처는 매우 안이한 느낌"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부정적인 고용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오 시장은 전날 김문수 고용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고용부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모셔서 시범사업 직전에 있는데 고용부와 힘을 합하고 법무부와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는데 장관 후보자가 헌법상 평등권까지 말하는 걸 보고 당황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대한 견해를 묻는 여야 의원들에게 "외국인 근로자라는 이유만으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것은 헌법(평등권), 국제기준(국제노동기구 제111호 협약),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 등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헌법상 평등권은 기계적이고 산술적이 아니라 실질적 평등"이라며 "필리핀이나 동남아 국가 기준으로는 우리가 드리는 인건비 수준이 몇 배가 되기 때문에 기계적인 평등을 따져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하면 매우 형식적인 관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 깊이 있게 의논하고 법무부도 설득하고 합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E7 비자를 활용해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이 들어올 때 기관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직접 수요자가 계약하는 방식을 취하면 ILO(국제 노동기구) 협약이나 법률에 위반되지 않고 얼마든지 저렴하게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당과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아울러 "정부가 '앉아서 부작용 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에 함께 지혜를 모으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외국인 돌봄 인력 도입을 법무부의 외국인 비자 허가나 고용부의 노동정책 문제로 각각 접근할 게 아니라 국가적 미래 아젠다로 정해 종합적인 논의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