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F-16 추락, 조종사 '문피쉬' 사망… 아군 미사일이 격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4일 모처에서 F-16 전투기를 배경으로 연설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러시아 공습에 맞서 비행 중이던 우크라이나 공군 소속 F-16 전투기가 추락해 유명 조종사가 목숨을 잃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추락한 기체가 러시아 공격에 격추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군의 오인 사격을 받은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 26일 러시아 공습에 맞서 작전 중이던 F-16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체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발사된 순항 미사일 격추 임무를 수행하다 통제본부와 연결이 끊겼다.


추락한 F-16 기체 조종사가 누구인지 명확히 언급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비슷한 시점에 우크라이나 최초 F-16 조종사로 유명한 올렉시 메스가 숨졌다는 발표가 나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가 추락한 F-16을 조종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그의 사망 사실을 전하면서 대령으로 추서 진급했다고 했다.

메스는 작전명 '문피쉬'로 활동한 조종사로, 작전명 '주스'로 활동한 안드레이 필시치코프와 함께 우크라이나 최초로 F-16 조종훈련을 받았다. 그러면서 국제사회에 우크라이나 지원을 호소하는 홍보대사 역할도 수행했다. 필시치코프가 지난해 8월 훈련비행 도중 사망하자 홀로 홍보대사 역할을 이어갔다.

메스는 훈련 도중 CNN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평화 시기였다면 (F-16) 제트기를 연구할 시간이 많았을 텐데 시간이 없다"면서 정식보다 훨신 짧은 훈련을 받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WP 보도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계자들은 F-16이 러시아 공격을 받아 추락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 미숙이 원인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 소식통은 조종사 실수도 원인이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식통은 추락 원인 규명을 위해 우크라이나 군이 국제 전문가들을 불러 조사단을 꾸릴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에 따르면 마리야나 베주글라야 우크라이나 의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한 글에서 "내 소식통에 따르면 메스는 부대 간 소통 부족으로 아군 패트리어트 대공미사일에 격추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우크라이나 군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F-16 조종 교육을 받은 조종사는 6명, 전투기도 6대에 불과했다. F-16이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를 바꿀 변수는 되기 어렵다. 물량이 적은 데다 서방이 지원을 약속한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도착하기까지 1년 가까이 소요됐기 때문. 그 사이 러시아는 방공망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F-16 전투기는 소수라도 서방의 지원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여겨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연설에서 "조종사도, 전투기도 충분하지 않다"며 서방에 추가 지원을 호소했다.